‘서민들은 전쟁 끌려가는데’…러 의류 업체, 프랑스서 흥청망청 파티

천호성 기자 2026. 1.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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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류 회사가 최근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에서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을 불러 '호화 파티'를 열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르피가로 보도를 보면, 러시아 의류 판매 체인 '랑데부'는 지난 15일 프랑스 알프스 산맥의 유명 휴양지 쿠르슈벨에서 나흘 일정으로 '브랜드 창립 25주년' 행사를 열었다.

랑데부는 프랑스 등 유럽의 옷·신발·장신구를 수입해 파는 회사로 러시아에 1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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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류 수입·유통사 ‘랑데부’가 지난 15일부터 프랑스 알프스에서 연 호화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랑데부 인스타그램 갈무리

러시아 의류 회사가 최근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에서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을 불러 ‘호화 파티’를 열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친정부 텔레그램 채널들은 이들을 “‘굴라그’에 보내버리라”며 화를 돋운다.

25일 르피가로 보도를 보면, 러시아 의류 판매 체인 ‘랑데부’는 지난 15일 프랑스 알프스 산맥의 유명 휴양지 쿠르슈벨에서 나흘 일정으로 ‘브랜드 창립 25주년’ 행사를 열었다.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헬리콥터에서 눈 쌓인 봉우리들을 감상하며, 고급 호텔에서 굴과 샴페인을 곁들인 파티를 즐기는 행사가 준비됐다.

러시아에서 인기 많은 프랑스 가수 파트리샤 카스가 참석자들만을 위한 비공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참가비가 약 33만7000유로(5억8000만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러시아 정치인이자 인플루언서인 크세니아 소브착이 프랑스 알프스의 스키 슬로프에서 샴페인병을 안고 즐거워하는 모습. 크세니아 소브착 인스타그램 갈무리

참석자들 면면 역시 화려했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모델들은 물론, 러시아 대선에 야당 후보로 출마했던 크세니아 소브착이 함께했다. 소브착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0만명에 이르는 유명인사로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으로 불린다. 지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그는 스키 슬로프에서 샴페인병을 들고 선베드에 앉아있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했다.

랑데부는 행사의 취지가 “도회지를 벗어나 감정, 교류, 가치 공유를 통해 브랜드의 정신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랑데부는 프랑스 등 유럽의 옷·신발·장신구를 수입해 파는 회사로 러시아에 1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흥청대는 모습은 전쟁 통인 러시아에서 분노를 일으켰다. 러시아의 친정부 프로파간다(선전) 텔레그램 채널 중 하나인 ‘모르도르의 목소리’는 “알프스에서 으스대는 놈들을 모두 당장 굴라그에 보내”라고 주장했다. 굴라그는 옛 소련 시절 정치범들을 가두던 강제 노동 수용소다. 전선의 한 병사는 “우리는 전선을 지키는데 누구는 쿠르슈발에서 즐기다니 부끄럽지도 않냐?”고 분개했다고 프랑스 방송사 프랑스앵포는 전했다.

정치권도 비난에 합세했다. 러시아 두마(하원) 의원 알렉산드르 톨마체프는 22일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이 파티에 참가한 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랑데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나라인 프랑스에서 억만금을 쓴다”며 “국익에 대한 노골적인 배반”을 저지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사건이 지난 2023년 12월 유명 블로거 아나스타샤 이블레예바가 모스크바의 클럽에서 주최한 파티에 비견될 스캔들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파티는 참석자들이 ‘거의 알몸’인 드레스 코드로 참석하라고 공지해 “도덕적 모욕”이라는 여론 뭇매를 맞았다.

러시아인들이 부유층 파티에 발끈하는 건 4년째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서민들 고통이 커지면서다. 전쟁이 소모전으로 치달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상자가 각각 110만·4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징집이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 중산층보다 농촌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하는 등 전시 경제 역시 저성장·고물가에 시름하고 있다.

랑데부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과문에서 “이번 여행은 쿠르슈발 현지 인력이 처음 기획한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체된 상황에서 자기 회사는 물가 상승률 만큼은 올해 직원 임금을 올렸다고 항변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의류회사 ‘랑데부’의 알프스 파티에 참석한 인플루언서들이 헬기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랑데부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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