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늙음은 인생이 깊어지는 시간

knnews 2026. 1. 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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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을수록 몸은 약해지지만, 마음은 더욱 예리해진다."

일본 여배우 키키 키린씨가 생의 만년에 NHK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지금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곁의 가족들은 말한다.

'삶의 방식이 더 깊어져 가는 귀한 시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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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즈미 코우키(희연재활병원 재활부장)

“나이 먹을수록 몸은 약해지지만, 마음은 더욱 예리해진다.”

일본 여배우 키키 키린씨가 생의 만년에 NHK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지금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늙음은 쇠퇴한다는 것’. 우리는 흔히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물리치료사로서 수많은 고령자와 마주하며 느껴온 것은 오히려 ‘늙음이란, 인생이 더욱 깊어져 가는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인지증 카페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곳은 병명이나 증상보다도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더 소중히 여긴다. 인지증 환자들이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웃거나, 다정한 말을 건네거나, 누군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느낀다.

‘기억은 잃더라도, 인격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구나.’ 그 사람이 거기 존재하기만 해도, 공간의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저절로 온화해지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임상에서 나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이제 저는 일도 못 하고, 아무 쓸모도 없어요. 살아 있어도 의미가 없어요.” 질병이나 장애로 예전의 역할을 잃은 자신을 탓하듯 말씀하시는 고령의 환자분들이다. 그러나 그 곁의 가족들은 말한다. “살아 계셔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늘 마음이 묵직하게 울려온다.

사람의 가치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로 이미 누군가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가족과 사회의 희망이자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나이 듦의 dignity (존엄)’라고 생각한다. 재활은 흔히들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목적은 그 이상의 것이다. 한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다.

또한 나이 듦은 더 깊이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몸이 약해지고,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더라도 마음은 더욱 맑아지고, 부드러워지며 평온해져 간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늙음은 결코 슬픈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이 완성을 향해 가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나는 앞으로도 재활의 현장에서 삶이 깊어지는 분들과 함께하며 조용히 생각하려 한다.

늙음은 쇠퇴가 아니다. ‘삶의 방식이 더 깊어져 가는 귀한 시간’이라고 말이다.

코이즈미 코우키(희연재활병원 재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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