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주식시장으로 돈 몰리는 韓·中·日
코스피가 5000 시대를 맞아 국내 주요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가운데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증시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현금과 예금에 묶여 있던 가계 자산이 인플레이션을 계기로 움직이고 있고, 외국인들도 일본 국채에서 돈을 빼 증시로 투입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도 외국인도 주식 찾는 일본
26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일본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인 액수는 약 14조120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8500억엔)과 2024년(약 10조9200억엔)보다 각각 10%, 30% 정도 많다. 다만 같은 기간 매도도 급증해, 전체적으로는 8200억엔가량 순매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 증시에서 팔아치운 자금은 미국 등 해외 증시로 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펀드 등을 통한 간접 투자 방식으로 약 9조 4000억엔(약 86조원) 규모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4년 기록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일본 가계 자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현금과 예금이 주식이나 투자신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변화에 대해 “주식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기보다, 현금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 환경 변화의 결과”라고 전했다.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면서, 예금만으로는 자산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도 일본 증시로 돈을 옮기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1조5023억엔(약 13조920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3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의 국채 금리가 뛰면서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일 발행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2.355%를 기록하면서, 2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40년물 금리 역시 20일 사상 처음으로 4%를 돌파해 종가가 4.198%를 기록했다.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소비세 감세 등 재정 확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소비세 감세로 5조엔 규모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줄어드는 세금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고, 이 경우 시중에 국채가 많이 풀리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국채를 매도하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지난 14일 사상 처음으로 5만4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올해 370조~740조원 은행에서 증시로
중국에서도 최근 들어 증시로 돈이 밀려들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이 침체하고, 증시가 부진하다 보니 수년간 많은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렸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저축은 지난해 8월 160조위안(약 3경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잇따라 낮추면서, 일부 정기예금 금리는 1%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로 인해 예금을 그대로 은행에 예치하기보다 증시 등 다른 투자처를 찾는 가계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은 올해 한 해 동안 약 2조~4조위안(약 370조~740조원) 규모의 가계 자금이 예금에서 주식이나 펀드 등 비예금 투자 채널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의 정기예금 규모가 약 7조달러에 이르면서, 가계 자금이 주식과 금, 보험 상품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국민은 부동산과 현금이 각각 자산의 54%·28%를 차지하지만, 주식은 11%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주식 기대 수익률은 높아지면서, 예금에 묶여 있던 현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매년 14조위안(약 2600조원)이 넘는 신규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일본과 중국의 변화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주요국에서 가계 자산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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