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저지는 사기를 당한 것인가… 계약 파기할 수도 없고, 3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하는 추세다. 이전에 생각했던 ‘상식’은 완전히 깨졌다. ‘뉴노멀’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하다. 선수들의 계약 총액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가운데, 옵트아웃이나 지불유예 등 여러 조항들이 속출하며 계약 세부 내용을 읽는 것조차 머리가 아프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계약한 리그 최고의 선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불을 당겼다. 오타니는 당시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에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및 북미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계약 이전에 6억 달러는커녕 총액 5억 달러 이상 계약조차 없었다. 오타니는 이중 6억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만료 이후에 받는 지불유예를 선택해 또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가 선을 넘자 슈퍼스타들이 줄줄이 그 뒤를 따랐다. 리그를 대표하는 천재 타자인 후안 소토(뉴욕 메츠)는 2025년 시즌을 앞두고 15년 총액 7억6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총액 기준 오타니의 기록을 또 경신했다. 연 평균 금액은 오타니보다 못하지만, 향후 7억6500만 달러의 계약이 나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운 대형 계약이 탄생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또한 2025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14년 총액 5억 달러에 계약하며 역대 세 번째로 총액 5억 달러의 벽을 넘겼다. 소토와 게레로 주니어 모두 업계의 예상을 상회하는 초대형 계약이 터졌다.

올해는 화룡점정이 나왔다. 전체적인 경력에서 소토보다 못한 외야수 카일 터커가 LA 다저스와 4년 총액 2억40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다. 연 평균 6000만 달러, 이 또한 엄청난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 대형 핵폭탄이었다.
이쯤되자 많은 이들이 불쌍하게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인 애런 저지(34·뉴욕 양키스)다. 저지는 2016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해 리그 최고 타자로 발돋움했다. 2017년 52홈런을 기록하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이후 다소간 부침은 있었으나 2021년부터는 리그 최고 타자 타이틀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 저지는 2022년 157경기에서 62홈런, 13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11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냈다. 2023년부터 발동된 9년 총액 3억6000만 달러 계약도 했다. 당시로서는 연 평균 40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저지보다 총액 기준 더 높은 계약을 한 선수는 당대 최고 타자였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12년 총액 4억2650만 달러)뿐이었고, 그나마 연 평균 금액은 저지에 못 미쳤다.

나름 대형 계약이라고 생각했는데, 2년도 지나지 않아 이 계약이 헐값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저지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416경기에 나가 타율 0.312, 148홈런, OPS 1.119라는 미친 성적을 거뒀다. 리그 최고 타자다. 그런데 저지보다 득점 생산력, WAR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떨어지는 소토나 게레로 주니어, 그리고 터커마저 저지의 계약을 추월했다.
이 계약서를 물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저지는 9년 계약을 할 당시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이 없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이 계약이 2031년까지 이어진다. 만약 저지가 요즘 추세대로 계약 기간의 3~4년 뒤 옵트아웃 조항을 넣었다면 당장 FA 자격을 한 번 더 얻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선수들과 달리 3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적어도 연 평균 금액에서 역대 신기록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키스로서는 현명한 계약을 한 셈이 됐다. 9년 계약을 할 당시 양키스는 저지가 전성기에 있을 계약 기간의 첫 3~4년 동안 최대한 원금을 회수해주길 바랐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적중했다. 저지는 첫 3년 동안 25.1의 WAR(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을 기록했다. 1WAR당 1000만 달러만 잡아도 이미 2억5100만 달러의 값어치를 구단에 제공했다. 저지의 현재 기량을 보면 첫 6~7년에 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엄청난 돈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불운남이 된 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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