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만 넣거라, 방학 때 밥은 우리가 책임질게”

김혜윤 기자 2026. 1. 26. 07: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경남 창원특례시 진해구 여좌천 옆,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블라썸조합) 건물 1층에서 이른 아침부터 웃음꽃이 피어난다.

'웃음꽃 화분'의 이름은 방학에만 문을 여는 '500원 식당'.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급식 공백 메우는 창원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홍승임(54,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순(61), 김선연(74), 채현혜(52), 김혜란(62), 홍순옥(73)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남 창원 진해구 ‘500원 식당’에서 조리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을매나 아~들이 맛있게 묵겠노. 이리 즐거운 맴으로 맨드는데~”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경남 창원특례시 진해구 여좌천 옆,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블라썸조합) 건물 1층에서 이른 아침부터 웃음꽃이 피어난다. ‘웃음꽃 화분’의 이름은 방학에만 문을 여는 ‘500원 식당’.

2021년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함께 만든 블라썸조합의 이영순(61) 이사장은 급식이 없는 방학이면 편의점에서 김밥·컵라면 등으로 점심을 때우는 아이들을 보며, ‘방학 중에도 아이들이 따듯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 여름 무료 급식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혹여나 ‘돈 없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길까 봐 부득이 500원을 한끼 비용으로 받는다.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도록 인근 5개 학교 방학이 겹치는 때에 맞춰 운영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5~30일 월·화·목·금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문을 연다. 식단은 각 학교 급식표를 참고해 채현혜(52) 차장이 짠다.

한 학생이 지난 13일 낮 경남 창원시 진해구 500원 식당 들머리에 놓여있는 동전통에 500원을 넣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란(62, 왼쪽부터), 홍순옥(73), 김선연(74), 이영순(61)씨가 지난 1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500원 식당에서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박카스와 커피를 마시다 웃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알커피 드실 분 손!” 지난 13일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김혜란(62)씨가 커피 물을 올리며 물었다. 박카 스와 커피로 당 보충을 해야 오후까지 쭉 서서 일할 수 있다.

시금치를 얼마나 다듬을지 결론이 안 나자 주부 경력이 가장 긴 김선연(74)씨가 나섰다. “아~들은 시금치나물 잘 안 묵는다. 반찬 할 거 아이가. 쬐끔쬐끔 해서 올리믄 된다.”

주 4회 150인분의 음식을 주부 경력 평균 36년의 조합원들이 척척 만든다. 알아서 썰고, 닦고, 자른다. 중앙 조리대는 한 요리가 끝나면 말끔하게 치워지고 바로 다음 요리 재료로 채워진다.

500원 식당이 지난 13일 낮 12시 전후로 붐비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어린이들이 500원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날 만난 진해여고 학생들은 “여기만큼 가성비 넘치는 식당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진해고 학생들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양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며 반찬과 국을 더 달라고 했다. 동생과 함께 식당을 찾은 주원(15)이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방학이면 집에서 유튜브로 요리법을 찾아보고 점심을 해 먹었는데, 여기가 생겨서 편하다”고 말했다.

김혜란씨가 너비아니를 굽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영순(오른쪽부터), 김혜란, 김선연씨가 지난 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500원 식당에서 밥을 다 먹은 진해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맛있게 먹었나? 안 부족했나?”라고 물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조합 건물을 지을 때는 식당 운영 계획이 없어서 도시가스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최근 시청에 도시가스 설치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식자재 가격 상승은 큰 부담이다. 2년 전보다 식자재 가격이 약 30% 올랐다. 해마다 식당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후원금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밥을 먹는 아이들, 이곳에서 먹는 한끼가 하루 식사의 전부인 아이들도 있다. 교육청이 지원하는 ‘500원 식당’이 지역마다 하나씩 생기길 바라는 이유다.

“여서 밥 묵은 아~들이 커가지고 ‘500원 식당이 있었지’ 카면서 기부도 하고, 남 도와주고 그라믄 좋겠어요.” 이 이사장의 소소하지만 큰 바람이다.

채현혜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차장이 지난 12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500원 식당에서 식자재 재고를 생각하며 식단표를 확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블라썸여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과 봉사자들이 지난 12일 영업을 마치고 남은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