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 "18년간 한 여자와 사랑? 쉬운 일 아냐"[인터뷰]
"대사 호흡·망설임 살아 있어야 진짜처럼 느껴지죠"
"11살 어린 원지안과 멜로, 성숙함 있더라"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더 단단해지기 위해 담금질을 반복하는 쇳물처럼, 18년에 걸쳐 세 번의 이별을 견뎌낸 연인의 숭고한 사랑은 그 자체로 위대했다.
배우 박서준이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기다림의 깊이를 간직한 얼굴을 입었다. 작품은 풋풋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어엿한 사회인이 되기까지, 18년에 걸친 두 남녀의 긴 여정을 따라가며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랑의 기억을 무쇠질하듯 끊임없이 두드린다. 지리멸렬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첫사랑의 서사는 애틋한 여운을 남기며 마침내 해피엔딩을 빚어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경도를 기다리며'에서 경도를 연기한 박서준을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11일 종영한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는 긴 세월 이어진 두 남녀의 애틋한 멜로 서사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풋풋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어엿한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숱한 엇갈림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놓지 않았던 이경도와 서지우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겼다. 박서준은 이번 작품을 "사건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했던, 가장 느리고 섬세한 로맨스"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제가 했던 로맨스랑은 결이 많이 달랐어요. 18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감정 표현에 더 집중하게 됐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물이 어떻게 성숙해지는지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건을 따라가기보다는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정서를 최대한 섬세하고 깊게 표현하려고 했고 시청자분들도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보기보다는 마지막을 보고 다시 처음을 보면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봤을 때 더 좋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18년의 시간을 오가는 서사를 소화하기 위해 박서준은 감정의 밀도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데 공을 들였다.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을 어떻게 구분해 표현할 것인지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나이대도 다르고 상황도 계속 바뀌다 보니 감정신이 정말 다양했어요. 그 나이에 느꼈을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연기를 하다 보면 대사를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저는 그보다는 그냥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사람은 말을 할 때 기계처럼 정해진 문장을 그대로 뱉지 않잖아요. 대사는 이미 알고 있는 말이니까, 그걸 대사처럼 들리지 않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어요. 중간중간의 호흡이나 망설임 같은 것들이 살아 있어야 진짜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든 대사를 구간별로 나눠서 섬세하게 고민했어요."
의상에 대한 고민 역시 남달랐다. 박서준은 직업적 리얼리티보다 인물의 성격을 우선에 두고 경도의 외형을 설계했다. 외형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18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을 지닌 경도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했다.
"사실 연예부 기자인데 그렇게 입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저한테는 기자로서의 경도보다 경도의 성격이 더 중요했어요. 경도를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한결같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외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크게 바꾸지 않으려고 했어요. 정장은 해마다 유행에 따라 핏이 달라지잖아요.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문득 교복 입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는데, 늘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지 않나 싶더라고요. 벙벙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경도와 어울리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조 블랙의 사랑'인데 브래드 피트가 입은 갈색 정장이 인상 깊었거든요. 거기서 착안을 했죠."

상대역인 지우를 연기한 원지안과는 11살의 나이 차를 딛고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극 중에서는 또래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춰야 했던 만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설득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박서준은 첫 만남의 걱정보다는 함께 연기를 쌓아가며 만들어진 호흡에 더 큰 의미를 뒀다.
"지우 역을 누가 할지 궁금했어요. 만나기 전에는 극 중에서는 동갑인데 실제로는 나이 차가 있어서 솔직히 걱정도 됐죠.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까 목소리 톤에서 오는 성숙함이 있더라고요. 리허설을 하는데 연기하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내가 리액션을 잘해주면 훨씬 풍성한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장르는 남녀 배우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채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풀어나갔죠. 제가 상대적으로 경험이 더 많고 지안이는 긴 호흡의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제가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화면에 담길 수 있을지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많이 했고요. 최대한 예쁘게 찍어주려고 노력했어요. 키스신에 대해서도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박서준은 감정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쏟아내야 할 순간을 계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감정을 오래 붙들고 가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성장했다고 느낀 건 감정신을 대하는 자세가 훨씬 여유로워졌다는 거예요. 남자 배우가 드라마를 하면 평균적으로 감정신이 많아야 세 신 정도거든요. 그 몇 장면에만 제대로 쏟아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찍기 전부터 '잘해야 한다'라는 부담감으로 다가왔죠. 연기를 가짜처럼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 압박이 더 컸어요. 이번 드라마는 감정신이 계속 나오다 보니 생각의 전환이 되더라고요. 감정을 소비한다고 생각하고 다음 신을 위해 잘 채워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게 이별 노래를 많이 듣는 거였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슬픈 이별 노래를 계속 들었는데, 감정을 유지하는 데 꽤 도움이 됐어요. 부담이 줄어드니까 표현의 자유도 생기더라고요. 감정신을 대하는 방식에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사랑의 깊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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