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죠” 쇠락한 부산대 상권에 ‘강의실’ 차린 교수
“사람이 다녀야 상권도 살아난다” 실험 동참해
점포 운영 한달간 하루평균 150명 다녀가

지난 24일 오후 ‘임대문의’가 잇따라 붙어있는 부산대 ‘보세거리’ 앞 빈 상가건물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한 점포 앞에 멈춰 섰다.
점포 내부에는 다양한 책들이 분야별로 놓여 있었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와 BK21 사업단이 마련한 문화공간으로, 이날은 책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점포 안을 잠시 들여다 보던 행인들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 교수는 침체되고 있는 부산대앞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이곳에 작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문화공간이자 학교 밖으로 나온 강의실이다. 이 공간에서는 한 달 간 건축·영상·도서·사진을 주제로 강연과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
우 교수는 “쇠락한 상권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유동 인구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규모라도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앞은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부산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부산대 앞은 십수년째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쇠락은 가속화됐다. 상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부산대 상권 역시 치명타를 입었다. 저렴한 옷과 액세서리 등을 구입할 수 있었던 ‘보세 골목’ 곳곳엔 빈 점포만 남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부산대 앞 공실률(소규모 상가)은 25.2%를 기록했다. 가게 4곳 중 1곳이 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 공실률은 18.8%로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쇠퇴한 부산대 상권
우 교수는 “이 거리의 1층을 한번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고, 공연이든 전시든 사람들이 담장 없이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유동 인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인근 상권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쇠락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 소도시에서는 널리 활용되는 방식이거든요.”
우 교수의 취지에 공감한 지역 사회도 힘을 모았다. 부산대 건축학과 학생들이 운영하는 가구동아리가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부산대 사진예술연구회와 마술동아리도 오는 26~31일 전시·공연을 할 예정이다. 인디밴드 출신 장현정 호밀밭출판사 대표가 강연에 나섰고, 부산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공연· 예술단체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역 상인회도 힘을 보탰다. 부산대상가총연합회는 우 교수팀이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하루 평균 약 150여 명의 시민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우 교수팀이 시도한 이번 문화공간 조성이 앞으로 부산대 상권 살리기에 어떠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우 교수는 그러나 이번 시도가 일종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각 지역에는 그 특성에 맞는 유휴 시설 활용법이 있습니다. 부산대 앞은 대학이라는 문화적 인프라가 충분한 곳입니다. 이번 실험이 문화 활동을 위한 방문객 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이를 계기로 방문객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문화공간은 오는 31일까지 운영된다. 우 교수팀은 이번 운영 성과를 토대로 향후 계획을 추가로 세울 예정이다.
김준용 기자 jy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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