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라도 줘라”…이 대통령의 판다 외교, 동물권에 질문을 던지다

2026. 1.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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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팬들 “푸바오 데려와 달라” 호소…동물보호단체선 반대
국내의 사육곰 문제는 여전히 남아…“생추어리 법제화 논의해야”
2024년 2월 15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씹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중국이 우리한테 줄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푸바오라도 줘라’, 제가 그렇게 한 거예요. 푸바오라도 줘라.” 지난 1월 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방중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 측에) 광주 우치동물원에 판다나 한쌍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도 했다. 한국과 중국의 우호관계를 확인하고,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판다 대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중국 판다 언급은 외교와 정치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후 전개된 논의는 그보다 더 복잡한 맥락을 담고 있다.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것은 무엇인가, 국가는 동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진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푸바오의 팬들(일명 ‘푸덕이’)은 푸바오가 중국에 간 뒤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며 푸바오를 데려와 달라고 각종 집회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외교 수단으로 반복돼온 동물 이용의 역사를 멈출 때”라며 판다 대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올해부터 곰 사육과 웅담(곰의 쓸개) 채취가 전면 금지됐지만, 199마리의 사육곰은 여전히 민간 농장의 철창에 갇혀 있는 상태다.

“다른 판다 말고 푸바오 데려오라”

지난 1월 16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앞, 푸바오 팬들의 모임인 ‘한국푸바오보호연합’이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국민은 다른 판다 아닌 오직 푸바오만 원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푸바오를 재임대하라!”고 외쳤다. 집회 앞쪽 트럭엔 푸바오 영상이 흐르고, 참가자들이 든 대형 현수막엔 ‘푸바오의 한국 재임대를 간절히 요청한다’는 문구가 한국어와 중국어로 함께 쓰여 있었다. 명동엔 중국대사관이 있고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지나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푸바오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휴대전화로 집회 모습을 촬영했다.

지난 1월 16일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서 한국푸바오보호연합이 푸바오 재임대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혜리 기자

푸바오 팬들이 집회를 연 이유는 이 대통령의 중국 판다 대여 요구를 계기로 중국 쓰촨성의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푸바오를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푸바오는 죽순을 먹다가 몸을 떨며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의 영상이 웨이보에 올라오면서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적이 있다. 푸바오가 걱정돼 시위를 해온 ‘불씨캠페인’의 브리즈(활동명·김모씨)는 “푸바오가 중국에 간 뒤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브리즈는 “푸바오에게 식사를 안 주고 청소도 잘 안 해줬다. 토하고 설사를 하는데도 들여다보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며 “푸바오의 건강 상태와 나이를 봤을 때 번식을 하기 어려운데 쓰촨성 시설은 번식실험을 위한 기지이기 때문에 쓰촨성을 탈출해 좀더 나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만약 중국에서 푸바오가 잘 지냈다면 이렇게 (집회를) 하지 않을 텐데, 푸바오의 상황이 안 좋으니까 한국으로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50대 손미선씨는 푸바오가 국내에 있을 땐 푸바오를 잘 몰랐다가 중국 반환 이후 관심을 갖게 된 경우다. 평소 유기견을 키우며 동물에 관심이 많았던 손씨는 푸바오가 중국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자료를 접하면서 분노했다고 한다. 손씨는 “판다들이 인공번식에 동원되면서 그렇게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밥도 먹지 못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중국 측이)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웃음과 위로를 주던 푸바오가 중국에 가서 맨날 상처를 보이니까 마음이 안 좋고 화가 났다”고 했다.

푸바오는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다. 태어날 당시 197g이었던 분홍 살덩어리가 무럭무럭 자라 100㎏의 거대한 판다가 되기까지 전 국민이 푸바오를 지켜봤다. 푸공주, 용인 푸씨, 김복보 등 애칭이 붙을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해외에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는 만 4세 전 중국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협약에 따라 2024년 4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아이돌이 된 동물, 푸바오 팬덤 현상에 대해 좋은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푸바오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귀엽고 몽글몽글한 짤과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판다의 삶과 복지, 권리보다는 사람을 위한 전시동물로 활용되고, 그 배경에 에버랜드라는 거대 자본의 마케팅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푸바오보호연합 대표로 활동하는 이수진씨(44)는 이번 재임대 요구를 ‘책임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판다의 삶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새로운 판다를 데리고 오는 것은 ‘전시용’밖엔 안 된다”며 “우리가 태어나게 했고, 지켜봤고, 키웠고, (중국에) 가고 나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푸바오의 삶이 가장 행복했던 장소에서 오랜 기간 머물면서 유지되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유행처럼 푸바오를 사랑했다가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고, 새로운 판다를 기다리겠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전시용 판다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번식에 동원되면서 살다가 나이가 들면 비공개 지역으로 가는데, 우리가 나은 삶을 살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했다. 판다가 외교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푸바오는 특수한 사례라는 취지다.

지난 1월 16일 오후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서 푸바오 팬들이 “국민은 다른 판다 아닌 오직 푸바오만 원해요!”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브리즈도 “판다가 한국에 와도 결국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판다 외교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가졌다”며 “또 다른 판다가 와서 슬픔이 되풀이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에 푸바오여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브리즈는 “동물이라도 우리가 힐링을 받고 많은 것을 느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푸바오 덕에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고 했다. 브리즈는 “그전까지는 판다가 그냥 예쁘고 귀여운 동물, 동물원에 있는 전시 동물이라고 생각했다면, 푸바오가 중국에 간 뒤에는 판다의 복지나 처우,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푸바오를 좋아하면서 곰 보금자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푸덕이들 중) 동물보호단체에 후원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동물 위한 보금자리 마련이 국가 책임”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중국 판다 대여 요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등 13개 단체는 지난 1월 14일 ‘판다 임대 계획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판다 임대는 동물의 대여, 계약의 갱신, 반환이 동물의 이익이나 상태보다 국가 간의 외교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단체들은 “동물원과 같은 특정 공간에 갇혀 사는 전시동물을 인위적으로 옮긴다는 것은 동물이 평생 나고 자란 세계를 뒤흔드는 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며 “그렇기에 동물을 살던 곳에서 옮기는 일은 설사 동물을 위한 의도에서 시도된다고 해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판다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 동물인 사육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1980년대부터 웅담을 얻기 위해 반달가슴곰을 수입해 좁은 철창에 가두고 길러왔다. 사육곰들은 민간 농가의 뜬장, 몸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까지는 동물보호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곰 보호시설을 만들어 보호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2년 1월 그 취지가 담긴 ‘곰 사육 종식 협약’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1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시행됐다. 올해부터 곰의 소유, 사육, 증식이 전면 금지됐지만 여전히 199마리는 전국 11개 농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사육 농가에 대한 처벌은 6개월 유예됐다.

보금자리(생추어리)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재 구조된 동물이 갈 수 있는 기관은 보호소, 재활센터, 동물원 정도가 있다. 보호소는 임시적 보호, 재활센터는 야생으로 복귀하기 위한 지원, 동물원은 관람을 위해 전시를 하는 곳이다. ‘이용되거나 전시되지 않는, 동물의 평생 안식처’로서의 보금자리는 마땅치 않다. 법에 명확히 보금자리의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다 보니 향후 공립 보호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지 않을 우려도 있다.

철창에 갇혀 있는 사육곰.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문제는 설령 중국 판다가 한국에 온다고 하더라도 발생한다. 판다가 갈 곳으로 지목된 광주 우치동물원 측은 판다 사육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평생 돌봄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마련돼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동물원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관람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김소희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 이사장은 “판다가 외교의 소재가 된 것은 중국과 한국의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였겠지만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동물을 외교적 선물로 주고받아선 안 된다”며 “그 동물을 평생 돌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특히나 그렇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생추어리는 동물이 인간을 위해 복무하지 않고 자기의 삶을 살다가 갈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자, 인간이 동물이 살았던 야생을 훼손하고 동물의 야생성을 빼앗은 것에 대한 책임의 공간”이라며 “정부가 생추어리에 대한 정책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전남 구례군에는 지난해 9월 국내 첫 공립 곰 보호시설이 만들어졌다. 현재 구례 시설에는 민간 농가의 사육시설에서 구조된 곰 24개체가 생활하고 있다. 1마리당 15㎡(4.5평)의 내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약 20평의 중간방사장이 조성돼 있다. 수의사 3명이 상주하며 곰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정우진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센터장은 “곰에게 먹이만 주는 단순 보호시설보다는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곰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놀이시설을 구축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각 개체의 상황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곰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아직 개소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곰 보호시설은 지역사회에도 조금씩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상임이사는 “구례의 가게들과 순수익의 1%씩을 모아서 산의 곰들이 외곽으로 나가는 길을 확인하고 표지판을 세우는 등의 활동을 해왔는데, 보금자리의 곰들이 후각을 되살리고 근육을 쓰는 놀이를 할 수 있게 커피박(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을 주는 캠페인도 시작하고 있다”며 “감금된 동물들에 이런 것들이 필요한지 몰랐을 텐데, 작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라고 했다. 윤 이사는 “반달곰은 무섭고 폭력적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지만 사람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어서 충돌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지리산 자락의 주민들 인식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함께 사는 식구로서 같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국가 간 관계의 부침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최근 중·일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 도쿄 우에노동물원에 있는 쌍둥이 자이언트 판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는 중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다. 반면 중국은 독일과는 새로운 협정을 맺고 판다 2마리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푸바오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감사한 일이고, 그런 마음을 어떻게 부정하거나 비난할 수가 있겠느냐”며 “다만 외교적으로 주고받은 동물들의 말로가 불행한 것을 그동안 봐왔고, 야생동물은 서식지나 환경이 중요한데 인간의 볼거리를 위해 인공적인 사육공간에 전시동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판다도 곰이고 사육곰도 곰인데, 정부가 한쪽만 보살피는 듯하고 나머지는 죽든 말든 관심을 갖지 않는 이중적 태도가 문제”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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