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세계의 왕' 트럼프

최진주 2026. 1. 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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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포효하듯 외쳤던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포기한 대신 '세계의 왕'이 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 평화위도 참여하지 말고, '검토해 보겠다'며 시간 끄는 것이 상책이다.

트럼프에게 금관을 바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트럼프가 정말 세계의 왕이 되도록 도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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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종신 의장 '평화위원회'
유엔 무력화, 국제 질서 제 뜻대로
'세계의 왕' 야욕 절대 돕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미국 주도로 새로 만들어진 국제기구 '평화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있다. 왼쪽은 니콜 파시니얀 아르메니아 총리, 오른쪽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나는 세계의 왕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포효하듯 외쳤던 말이다.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발족 영상을 보면서 그때가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포기한 대신 '세계의 왕’이 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평화위원회에 잠재된 위험이 크다. 유엔을 무력화하고 국제 정치를 자기 뜻대로 주무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애초 이 위원회는 지난해 트럼프가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발표하면서 전후 재건 등을 위한 임시기구로 제안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자 외에도 국제 분쟁을 폭넓게 다루는 조직으로 성격을 바꾼 뒤 세계 60여 개국에 회원 가입 초청장을 발송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까지 초청하면서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참가를 거부 또는 유보했다.

이 기구는 위원회 형식을 취했지만 트럼프 단 한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왕정 같은 조직이다. 종신 의장인 트럼프는 위원회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미국 대통령 임기가 끝나더라도 세계의 왕 노릇은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발표한 가자지구 재건 계획 '뉴 가자'의 설명자료.

이미 "노벨상 불발로 더 이상 평화를 생각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 그가 평화를 내세운 국제기구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사적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백악관 복귀 후 1년간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지위를 활용해 왔다. 베트남엔 관세 협상, 사우디아라비아엔 최신 AI칩 수출 허용을 조건으로 리조트 인허가를 받아냈다. 베네수엘라에 군사 위협을 가할 때는 마약 때문이라더니, 막상 침공 후엔 목적이 석유였음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이번 평화위원회 발족식에선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래형 도시로 개발하겠다는 '부동산 그룹'다운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로 한 한국도 안심할 순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한 대형은행이 미국 정부 요청으로 주일 미국 대사관에 '미 건국 250주년 기념' 기부금 4억 엔(약 37억 원)을 낼 예정이다. 트럼프가 짓기 원하는 파리 개선문 모양의 건국 기념 조형물 건설 같은 데 쓰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건국 기념 조형물(Independence Arch) 디자인. 트루스소셜 캡처

트럼프의 측근 스티븐 밀러는 그린란드 야욕을 정당화하며 "힘과 무력,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그대로 인정하면 트럼프가 말한 'G2', 즉 미국과 중국 외 국가들은 주권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제안처럼 중견국끼리 연대를 해서라도 대항하지 않으면 "메뉴판에 오르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이미 강대국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는 일을 겪었던 한국이 그런 국제 질서를 옹호할 순 없다. 트럼프 평화위도 참여하지 말고, '검토해 보겠다'며 시간 끄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네 나라 안보는 네 돈으로 지켜라'라는 트럼프주의를 역이용해 전작권 환수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자주국방을 위한 실리를 챙기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익만 추구하는 자의 '세계 독재'를 용인하면 국익에도 독이 된다. 트럼프에게 금관을 바친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트럼프가 정말 세계의 왕이 되도록 도와서는 안 된다.

최진주 국제부장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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