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모는 황유민, 어울릴까요?”

양준호 기자 2026. 1. 2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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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장타’처럼 취향도 예상 밖
새 무대 미국서도 실력짱, 인기짱?
골프화 끈을 조이는 황유민. 미국에서 여는 골프 인생 2막이 이번 주 시작된다. 조태형 기자


골프 팬들이 황유민을 알기 시작한 건 2022년 NH투자증권 챔피언십이었다. 교통이 편한 수원CC에서 열려 특히 관중이 많은 이 대회에서 열아홉 아마추어 황유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박민지와 숨 막히는 우승 경쟁을 벌였다. 최종일 중반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가 1타 차로 박민지에게 우승을 내주긴 했지만 280야드 장타를 앞세운 거침없는 플레이에 예비 스타로 눈도장을 찍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거리를 늘리려 고1 때 매일 밤 9시만 되면 집 앞 주차장이나 놀이터에 나가 30분씩 ‘풀 파워’ 빈 스윙 특훈을 했던 황유민이다.

그랬던 황유민이 어느새 ‘빅 리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뛴다. 2025년 추석 연휴 기간 하와이에서 초청 선수 자격으로 치른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막판 네 홀 연속 버디의 폭발력으로 우승하면서 올해부턴 어엿한 빅 리거다. ‘돌격대장’ 별명으로 사랑을 받았던 황유민은 미국에선 “마냥 돌격만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전략과 스킬이 요구되는 낯선 무대인 만큼 영리한 플레이로 퍼즐 풀 듯 한 홀, 한 대회씩 헤쳐 나가겠단 포부다.

베트남 퀴논에서 겨울 훈련을 마친 황유민은 이번 주 미국 플로리다에서 있을 새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LPGA 투어 공식 데뷔전 삼는다.

사진 제공=대홍기획


LPGA 투어 대회를 초청 출전 등으로 여덟 번 경험했다. ‘이 무대에서도 통하겠다’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

“사실 막 자신감까진 아니고. ‘그래도 좀 괜찮네’ 하는 생각을 가진 건 루키 때 처음 나간 롯데 챔피언십(2023년)이었던 것 같다. 톱10(공동 9위)에 들어서. 실수를 많이 하고 그랬는데 결과는 톱10이어서 ‘할 만한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2024년에 에비앙 챔피언십 컷 탈락했을 땐 ‘아 정말 어렵다’란 생각도 들고 그랬다. 물론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지만 대회를 나가면 나갈수록 점점 더 어렵고 선수들 기량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영어 공부는 계속 해왔나. LPGA 투어 진출 결정된 뒤로는 또 어떤 식으로 해오고 있나?

“2년 전부터 해오고 있다. 화상통화 수업을 1주일에 한 번씩 받는다. 원래는 한국인 선생님이랑만 하다가 2024년 겨울부터 한국인 1회, 외국인 선생님 1회씩으로 시즌 중에도 계속 해왔다. 미국 진출 결정 후로도 그렇게 했다.”

LPGA 대회를 몇 차례 경험하면서, 또 중계나 영상들을 보면서 ‘저 지역, 저 대회는 꼭 가고 싶다’ ‘나랑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 장소나 대회가 있다면.

“메이저 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이다. 우승하면 호수에 빠지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나. 멋있어 보이고 또 해보고 싶어서 그 대회가 기다려진다. 대회를 나가면 사실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안 됐다. 롯데 대회 우승한 하와이에서도 끝나고 한식당 간 게 전부다. 전후로 국내 대회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골프 다음으로 좋아하는 운동은?

“하는 운동은 따로 없고 보는 운동은 e스포츠다. 팀은 페이커가 속한 T1을 응원하는데 선수는 다른 팀의 제우스를 가장 좋아한다.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게임을 즐겨하긴 하지만 실력은 참 안 는다.”

(공교롭게도 T1이 롤드컵 사상 첫 3연패를 달성한 그날에 황유민은 2025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투어 통산 3승에 성공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무언가에 몰두했던 시기는 언제인가?

“2022년에 있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이었다. 굉장히 잘하고 싶었으니 떨어졌을 때 참 힘들었다. 연습량은 원래 많은 편이어서 뭔가 특정 시기에 독하게 연습했다는 기억은 별로 없다. 그냥 저는 골프 연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다. 좋아서 열심히 했다. 그래서 특별히 치열하게 몰두했던 시기를 꼽을 순 없지만 연습을 통해 성장하는 제 자신을 확인하면서 뿌듯해 했던 것 같다. 잘하고 싶단 마음에 계속 골프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도 늘 고민한다. 경기만큼 연습을 좋아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으니 그다음 대회 나갈 때 스스로한테 기대되는 부분도 생기고 안 하던 걸 시도도 많이 해볼 수 있고 하니까.”

사진 제공=대홍기획


내 삶의 보물 1호는?

“강아지 도담이. 키운 지 3년 된 포메라니안 종이다. 그리고 팬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잰더 쇼플리가 쓰던 퍼터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캐디 오빠도 못 만지게 할 정도다. 제 방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보관하고 있다. 2025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나갔을 때 전달 받은 거다. 용품 후원사인 캘러웨이에서 신경 써주셔서 쇼플리한테서 퍼터와 함께 영상 편지도 받았다. 박상현 프로님이 해외 대회 갔다가 영상 통화를 연결해준 덕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황유민은 “제겐 쇼플리가 우상이자 연예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쇼플리를 좋아하고 그의 스윙 영상을 반복해서 본다. “스윙 템포가 말도 안 되게 일정해서 보고 있으면 말이 안 나온다”고.)

14개 클럽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퍼터다. 지금의 퍼터는 작년 4월부터 쓰고 있다. 퍼터를 워낙 아끼는 편이다. 평소에 만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만큼 예민한 스타일이다. 다른 클럽은 몰라도 퍼터는 어릴 때부터 썼던 것들을 거의 다 모아 놓았다. 15개 정도 될 거다. 루키 때 새로운 퍼터를 들고 나갔는데 바로 우승했던 기억도 있다.”

롤모델 변천사도 궁금하다. 골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을 롤모델 삼았나?

“골프 치기 전부터 최나연 선수 좋아했다. 세계 랭킹 2위였고 당시 제일 잘 치는 한국 선수였다. 방송사 이벤트 대회 촬영할 때 나연 언니도 있어서 그때 얘기했다. 어릴 때부터 팬이고 롤모델이었다고. 골프 입문 후 초등학교 5학년부턴 김효주 언니를 롤모델 삼았고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잘 치니 더 예뻐 보이셨고 정말 골프판을 쓸고 다니셨다. 스윙도 너무 아름답고.”

루키 때부터 우승하고 탄탄대로만 달린 것 같다. 태어나서 겪어본 가장 큰 실패나 좌절은 어떤 거였나?

“아시안게임 선발전 탈락 때가 역시 가장 힘들었다. 사흘 뒤인가 바로 또 대회 일정이 있었다. 이틀 동안 방에서 안 나오다가 바로 대회를 뛰었다. 계속 좌절감에 빠져있을 순 없었다. 저만 손해니까. ‘남은 거 또 잘해보자’ 그저 이런 생각으로 하다 보니 극복됐던 것 같다. 아시안게임 못 나간 기억 때문인지 그래서 더 올림픽에 욕심이 있다. 나라를 대표해서 꼭 그런 국제 대회를 나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한다.”

다른 사람한텐 있지만 나한테 없어서 이건 부럽다 하는 게 있다면.

“정교한 어프로치. 어프로치 잘하는 선수는 부럽다. 특히 PGA 투어 영상 보면 쇼트 게임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연습 때 계속 따라 해보는데도 잘 안 된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걸까 싶다. 아, 그리고 낯을 안 가리는 사람도 부럽다.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점점 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게 되는 거 같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려진 사람이니 관계에 있어서도 그에 걸맞은 행동이 나오면 좋을 텐데 쉽지 않다. 친구는 많은 편이지만 이미 편한 친구만 찾는 편이다.”

벙커 샷을 하는 황유민. 사진 제공=KLPGA


반대로 다른 이들한텐 잘 없는데 나한텐 그래도 이게 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건?

“단순함. 생각이 많고 계속 깊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도 매주 다른 대회를 나가는 골프선수로서 나는 단순한 편이라 다행이라 느낀다. 막 예민한 성격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골프 치는 직업엔 괜찮지 않나 싶다.”

2년 연속 인기상을 받을 만큼 인기가 많다. 황유민을 좋아하는 팬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걸까?

“대회장에 가족 단위로 와서 응원하는 분들이 특히 많다. 그래서 뭔가 더 화목하고 온화하고 화기애애하다고 해야 할까.”

황유민의 반전 매력은 뭘까? 주변에서 ‘이런 모습은 예상 못 했다’하는 반응은 어떤 때 주로 나오나?

“어리게 생기고 어려 보인다고 하는데 성격은 예상과 다르게 털털한 편이다. 애교가 있거나 그런 성격은 절대 아니다.”

누군가에게 받아본 선물 중에 가장 특별했던 건?

“아마추어 때 국가상비군 되기 전이었다. 마침 아빠가 차 바꿀 때가 됐던 터라 ‘국가대표 되면 이 차’ ‘상비군 되면 저 차로 바꾸겠다’ 약속하셨었는데 상비군이 돼서 진짜 그 차로 바꿨다. 처음 탔을 때 정말이지 기분 좋았다.”

자동차에 원래 관심이 많나?

“나름 차를 좋아한다. 처음 운전이란 걸 한 게 포르쉐였다. 감사하게도 서브 스폰서로 차량을 제공해주셔서. 첫 차로 그렇게 속도감 있는 차를 운전했었다 보니 계속 돈을 벌어서 스포츠카를 사고 싶단 생각도 한다.”

(황유민은 2025년 한국과 미국 투어 등에서 상금으로만 20억 원 넘게 벌었다.)

조태형 기자


요즘 가장 자주 들어가는 유튜브 채널은?

“마라탕 먹방 전문인 ‘김채옹이’라는 채널이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계속 보게 된다. 제가 워낙 마라탕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럼 ‘평생 이거 하나만 먹고 살아도 좋다’ 하는 음식도 마라탕인가?

“그건 아니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평생 마라탕만 먹을 순 없다. 하나만 먹어야 한다면 쌀국수를 택하겠다.”

골프채 안 들고 여행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한 달 살기 할 수 있다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좋겠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뉴질랜드도 좋겠다. 국가대표 시절이 딱 코로나19 시기랑 겹쳐서 해외 대회를 한두 개밖에 나가지 못했다. 아부다비랑 미국 오거스타였을 거다. 뉴질랜드에 다리 위에서 툭 떨어지는 그네 같은 기구가 있다. TV에서 봤는데 그거 하고 싶다. 한 달 살기는 조용한, 사람 많이 없는 곳이면 다 좋을 듯싶다.”

올해 스스로 키워드로 삼고 싶은 단어가 있다면.

“저는 늘 ‘도전’인 것 같다. 매년 더 발전하기 위해 도전해 왔고 도중에 실패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성장해 왔으니까. 그래서 매년 제 키워드는 도전이다. 아마 골프 그만둘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저 황유민한테 가장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지난해 연말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받은 황유민. 사진 제공=KLPGA


PROFILE

출생: 2003년 | 프로 데뷔: 2022년 | 소속: 롯데

주요 경력:

2025년 LPGA 롯데 챔피언십 우승, KLPGA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 우승, 인기상

2024년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 우승, 인기상

2023년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우승, 신인상 포인트 2위

2022년 KLPGA NH투자증권 챔피언십 2위, 점프 투어 11·12차전 우승

2021년 한국 여자오픈 4위, 강민구배 한국 여자아마추어 우승, 빛고을중흥배 우승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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