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생은 살아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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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에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다 한순간 모든 게 훅하고 사라졌다.
문화대혁명 때 박해를 받고 죽음을 생각하는 지인에게 푸구이의 아내가 "살아가야 해요" 혹은 "살아있어야 해요"라고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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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에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으로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다 한순간 모든 게 훅하고 사라졌다. 노름에 모든 재산을 송두리째 잃었다. 아내는 그를 말리다 결국 포기하고 코흘리개들만 남긴 채 훌쩍 떠났다. 그 충격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떴다. 한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던 사내는 생계를 위해 그림자 극에 푹 빠진다. 어느 날 군인이 들이박쳐 시신이 즐비한 전쟁터로 끌고간다.
194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인생’의 얼개다. 농부가 된 사내가 소를 끌고 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농부도, 소도 다 늙었다. 밭갈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다리에는 진흙이 잔뜩 묻어 있다. 농부와 소의 이름이 모두 푸구이(福貴)다. 마지막에서 이름을 통해 반전이 나온 셈이다.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1995년 1월26일이었다.
원작은 중국을 대표하는 전후세대 소설가 위화(余華)의 ‘살아간다는 것’이다. 원작은 ‘훠저(活着)’다. 여기서 ‘저(着)’의 품사는 동작이나 상태의 지속을 나타내는 조사다. 직역하면 ‘살아가다’나 또는 ‘살아있다’ 등이다. 영화에서도 이를 인용한 대사가 나온다. 문화대혁명 때 박해를 받고 죽음을 생각하는 지인에게 푸구이의 아내가 “살아가야 해요” 혹은 “살아있어야 해요”라고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영화에는 문화대혁명과 함께 대륙을 아비규환의 대혼돈으로 몰아넣었던 대약진운동이 녹아 있다. 적게는 2천500만명, 많게는 5천만명이 이 참극으로 굶어 죽었다. 이 운동이 시작되고 인민공사라는 이름의 집단농장이 전국에서 꾸려졌다. 주인공의 20마지기 토지도, 두 마리 양도, 밥을 짓던 쇠솥도 모두 공출당하고 공동 경작에 공동 취사, 그리고 강철 제조를 목표로 하는 농촌 공업활동이 시작된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배반할 때 대가는 누가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60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하다.
그래서 ‘살아간다’는 피동적인 표현은 ‘살아낸다’는 능동적인 동사로 수정돼야 한다. 겨울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뜬금없이 드는 단상이 씀바귀보다 더 쓰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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