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산업재해와 임금체불에 대해 李 대통령께 드리는 글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2026. 1. 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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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45%, 체불 25%
병폐가 집중되는
건설에서 성과 내야
삼성물산 ‘작업 중지권’
철도공단 ‘체불e제로’ 등
성공 사례를 정책으로

모처럼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을 봅니다. 이전의 어떤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하고서도 여의도 정치의 관성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일개 정당의 대표처럼 굴고, 국가수반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방치하다시피 했습니다. 정당 대표와 국가수반의 위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정치의 기본을 망각했습니다. 국민 다수는 답답했고 국가는 진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정파에 갇히지 않고 국가수반의 역할에 집중하려고 시도하는 대통령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와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국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첫째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그 기조가 임기 끝까지 지속된 뒤에 이 당이 되든 저 당이 되든 다음 그다음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대통령께서는 산업 재해와 임금 체불의 근절을 국정 과제의 중심에 올렸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국정의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안전에 기반한 성장’을 천명했습니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영향일 것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됩니다.

정부는 산재와 체불 문제를 해결하려고 법·제도·정책의 개선과 집행의 보완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판을 펼쳤습니다. 산재와 체불은 한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하나의 대책으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적절한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감당해야 하는 국정 과제는 말할 것도 없고 고용노동부 사업도 산재와 체불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전방위적으로 펼쳐놓은 판을 다 챙길 수 있을까 우려됩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몇 년 전 경기도에서 입증한 전략입니다. 문제를 알면서도 나서기 어려웠던 하천과 계곡의 불법을 정비했습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개 사육장과 모란시장 개 판매 문제까지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 제안 드립니다.

건설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서 산재와 체불 문제를 돌파하자는 제안입니다. 통계에서 드러나듯, GDP 대비 건설 투자 비율은 15%가량이고, 전체 취업자 대비 건설 비율은 7%가량입니다. 그에 비해 임금 체불은 25%에 이르고, 산업재해는 무려 45% 안팎입니다. 반드시 건설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말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에는 임금 체불과 산업재해 문제 해결의 모범 사례가 있습니다. 국가철도공단과 삼성물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가철도공단의 ‘체불e제로’ 시스템이 2021년 도입 이후 단 한 건의 임금 체불도 발생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발주자 직접 지급 시스템인 체불e제로는 노무비·자재비·장비비를 해당 당사자에게만 직접 지급하고, 건설사는 손대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위험을 감지할 경우 원청이든 하청이든 노동자 누구나 작업을 즉시 멈출 수 있는 ‘작업 중지권’을 전면 보장해 산업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작업 중지로 발생한 하청 협력사의 손해를 보전하고 안전 개선에 기여한 노동자에게는 포상금까지 지급합니다.

이 두 사례를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 전면 적용하고 민간으로 확산하며, 따르지 않는 건설사는 크게 불이익받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건설 분야의 산재와 체불을 취업자 비율에 맞춰 7%까지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문제는 복마전으로 이득을 취하는 건설 당사자들의 저항과 국토교통부 일부 관료들의 행태입니다. 일부 국회의원의 방관도 한몫합니다. 국가철도공단과 삼성물산의 성공 사례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지 않고 정책으로 밀어붙이지도 않습니다. 체불e제로 시스템을 공공 발주 공사에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조달청의 하도급 지킴이 시스템은 체불을 막지 못하고 임금 지연의 역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국토교통부의 방침은 여전히 하도급 지킴이입니다.

21세기가 시작되고 사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자본주의는 법과 인간에 맞춰 진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건설은 후진국 시절의 습성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불법 하도급은 말 그대로 불법인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가 건설산업의 투자와 취업자 비중을 훨씬 웃도는 임금 체불과 산업 재해입니다. 대통령께서 결심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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