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줄고 지역·업종 격차 심각… 고령층 생계형 창업만 늘어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자영업의 지역·연령별 구조 전환 및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은 전국에서 인구 감소가 뚜렷한 지역 중 하나이면서도 자영업자 증가율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소매업과 서비스업 같은 성장 업종으로의 전환이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쳐, 보고서는 경남을 “이미 장기적 수요 약화가 반영된 완화된 축소 단계의 시장”으로 진단했다.
인구 감소율 전국 평균 2.8배
연 0.85%씩 줄어…고령화·자영업 비율↑
50대 이상 63.2% 달해 일자리 부족 방증
성장 업종 전환 실패
서비스·소매업 증가율 전국 절반도 안돼
제조·유통 전통업종서 못 벗어나고 정체
업력 장기화… 시장 경직
5년 이상 사업자 8년새 7.2%p↑‘전국 2배’
신규 진입·퇴출 없이 버티기로 변화 잃어

◇인구 감소의 늪, 내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경남의 위기는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의 인구증감률은 -0.85%로, 전국 평균 -0.30%의 2.8배에 달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경남은 경북(-1.04%), 부산(-0.94%), 전북(-0.92%) 등과 함께 전국에서 인구 감소율 상위 6위권에 속한다.

문제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자영업 시장의 수요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인구 기반 축소와 지역 격차 심화가 자영업 시장의 수요 기반을 비대칭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며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인구당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지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0.69)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기준 경북(16.9%), 전남(16.5%) 등 비수도권 도 단위 지역의 인구당 자영업자 비율은 서울(8.5%)의 2배에 달한다. 경남도 12.7%로 전국(11.0%)을 웃돌았다. 특히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63.2%에 달하며, 2017년 대비 2024년 6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 증가 폭은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화율과 자영업자 비율의 동반 상승은 자영업 기반이 강화되었다는 의미보다는, 노동시장·복지 체계의 취약성이 자영업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즉, 경남의 높은 자영업 비율은 지역 경제의 활력이 아니라 ‘일자리 부족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래 전망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지역소멸위험지수(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에서 경남을 포함한 비수도권 도 단위 지역들은 ‘위험’에서 ‘소멸’ 단계로 가까워지고 있다. 지역소멸위험지수가 낮을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지는 음의 상관관계(-0.75)는 자영업 의존성이 미래 인구 기반의 취약성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 업종 진입 실패= 경남 자영업의 두 번째 위기는 성장 업종으로의 전환 실패다.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의 개인사업자 수는 40만1000명에서 49만7000명으로 9만6000명(24.0%)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전국 증가율 37.7%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 중 하나다.
더 큰 문제는 업종별 격차다. 전국적으로 자영업 시장은 소매업(+62.8%)과 서비스업(+46.8%)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이 두 업종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제조·유통’에서 ‘생활·경험·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경남은 달랐다. 같은 기간 경남의 소매업 증가율은 35.4%, 서비스업 증가율은 28.8%에 그쳤다.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비수도권 도 단위 지역은 소매업 비중 증가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하여, 소비 기반 확장 없이 전통 업종의 경쟁이 약화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종별 구성 비중 변화를 봐도 문제는 명확하다.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의 서비스업 비중은 21.8%에서 22.7%로 0.9%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2.2%p)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소매업도 17.4%에서 19.1%로 1.7%p 증가에 그쳐 전국 평균(+3.8%p)에 한참 못 미쳤다.
반면 음식업 비중은 17.5%에서 15.4%로 2.1%p 감소했고, 도매업도 8.2%에서 7.3%로 0.9%p 줄었다. 전통 업종은 줄어드는데 새로운 성장 업종으로의 전환은 더딘 ‘과도기 정체’ 상황이다.
보고서는 “수도권과 성장 거점 도시에서는 서비스·소매를 중심으로 한 고경쟁·고회전 구조가 강화되고, 지방 중소도시와 고령·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장기존속 비중은 높아지지만, 성장 업종으로의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경남은 전국이 ‘제조·유통’에서 ‘서비스·소매’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전통 업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체된 셈이다.
◇업력 장기화 전국 최악= 경남 자영업의 세 번째 위기는 구조 경직화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표는 5년 이상 업력을 가진 사업자의 비중 증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의 5년 이상 업력 사업자 비중은 지난 2017년 대비 2024년 7.2%p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3.5%p보다 훨씬 높고, 수도권(3.0%p), 강원·충청권(3.3%p), 호남권(2.6%p)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업력 장기화는 언뜻 ‘사업자들이 오래 버틴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보고서는 “창업 둔화 속에서 기존 사업자의 생존 비중이 높아진 결과”라며 “수도권은 경쟁과 진입이 병존하는 시장, 비수도권은 진입 약화와 기존 사업자의 장기 생존이 지배적인 구조로 분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은 ‘신규 진입·퇴출이 활발한 고회전 시장’인 반면, 경남을 포함한 비수도권은 ‘신규 진입은 줄고 기존 사업자만 버티는 경직된 시장’이 됐다. 보고서는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업력 장기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이는 향후 자영업 정책 또한 지역 특성에 따라 차별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창업·폐업 구조에서도 경남의 경직화는 확인된다. 보고서는 호남권·영남권의 특징을 “장기 창업률 감소 폭이 컸으나 단기 변동 폭은 작아, 이미 장기적 수요 약화가 반영된 완화된 축소 단계의 시장으로 해석된다”고 정리했다. 다시 말해 경남은 이미 쇠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반면 인천, 경기, 대전, 세종, 제주는 단기 폐업률 증가 또는 창업률 감소가 두드러져 “최근의 급격한 진입 축소 및 퇴출 압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시장이 격변하는 수도권과 달리, 경남은 이미 변화의 여력조차 잃은 셈이다.
◇자영업 비중 증가는 활력 아닌 위기 신호= 보고서는 경남을 포함한 비수도권 도 단위 지역의 자영업 구조를 ‘인구감소·고령화 지역’으로 분류하고, 명확한 진단을 내렸다. 자영업 변화는 경기 요인이 아니라 인구구조·지역 여건·노동시장 약화가 중첩된 구조적 현상이며, 자영업 비중 증가는 지역 활력보다는 대체 고용·생계 유지 기능 강화를 반영한다.
즉, 경남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지역 경제가 활발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한 지역일수록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자영업이 지역 경제의 활력 지표가 아니라 대체 고용 경로이자 생계 유지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층 중심의 생계형 창업이 문제다. 보고서는 “고령층 중심의 생계형 창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낮고 경쟁이 이미 과밀한 업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자영업자 수 증가를 유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 악화와 폐업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하은 기자 eundori@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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