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국정조사' 제대로 이뤄지려면

노지민 기자 2026. 1.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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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서, 개인정보·보안, 물류산업 고용구조, 공정거래질서 쟁점 분류
제목에서 '쿠팡' 빠진 국민의힘 국정조사 요구서에 "물타기" "면죄부" 비판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쿠팡. ⓒ연합뉴스

지난해 쿠팡에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고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이 잇따랐다. 국회에는 두 건의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돼 있다. 여러 영역과 제도적 이슈가 맞물린 쿠팡 문제를 제대로 밝히려면 쟁점이 과도하게 분산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회에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안 등 두 건의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3일 정기간행물 '이슈와 논점'(박미영·최은진)에서 두 국정조사 요구서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 문진석·송언석 의원안 차이는

문진석 의원안의 조사범위는 △쿠팡 및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거래·우월적 지위 남용 △소비자 기만 △노동·산업안전 △지배구조 △조세 △관계부처의 감독 책임 등 포괄 점검 등으로 요약된다.

송언석 의원안 조사범위는 △SKT·LGU+·쿠팡의 대규모 유출사고 피해구제 실태 점검 △정부 전산망 침해 실태 파악 △사고 대응 과정의 문제점 규명 및 개선 △통신보안 취약점 점검 △수사·조사 과정의 절차 문제 등이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의 조사 대상 범위 비교. 사진=국회 입법조사처

문진석 의원안은 쿠팡을 단일 조사 대상으로 설정하고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쿠팡의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출발점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 노동자 권리 침해와 산업안전 관리 부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 회피, 해외 로비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기업의 공공성·책임성 훼손 의혹 등을 포괄한다.

이처럼 문진석 의원안이 기업 중심의 종합 국정조사 성격이라면, 송언석 의원안은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 및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전반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통신사 및 공공부문 해킹 사고 등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동일한 맥락으로 다루며 국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 및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뒀다.

입법조사처는 '쿠팡 문제'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과 쟁점들은 입법·정책·산업·행태적 이슈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해관계에 따른 관점과 입장이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쿠팡과 관련된 모든 쟁점을 일괄적으로 다루는 접근을 취할 경우, 국정조사가 각 사안의 특성과 구조적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 채 개별 사안의 병렬적 검토에 머물러 그 실질적 성과가 축소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이번 국정조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을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 체계 △물류산업의 고용구조와 산업재해 예방 △공정거래질서와 기업집단 관련 쟁점 등으로 분류했다.

쿠팡 관련 쟁점 지나치게 확장될 경우 '실질적 성과 축소' 우려

'개인정보보호와 정보보안체계'에 관해선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중점을 두고 철저한 원인 규명, 기업 내부 정보보안 체계의 건전성,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 방식의 적절성, 개인정보 유출 사실 통지 절차의 실효성, 기업 자체 조사의 정당성,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안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반복되는 대규모 유출이 해외로 확산될 위험까지 고려해 재발방지 대책을 개별 기업 차원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의 개선과제로 격상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산업의 고용구조와 산업재해 예방'에 관해선 쿠팡 물류 및 배송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발생 경위와 반복 양상, 사고 이후의 대응 과정을 통해 구조적 요인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분야에선 국정조사 요구서에 포함된 사안 중심으로 물류센터 및 배송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와 노동자 사망 사고의 발생 경위와 반복 여부, 물류·배송 업무에 적용되는 고용 형태와 노동조건의 실태, 안전 관리 책임의 분담·이행 구조, 산업재해 발생 이후의 보고·조사·대응 절차의 적정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공정거래질서와 기업집단 관련 쟁점'으로는 국정조사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검증이 필요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쿠팡의 불공정거래 이슈 중 '구독형 서비스'로 인한 끼워팔기 논란, PPM(Pure Product Margin·상품당 순수 마진) 관행으로 인한 입점업체 및 납품업체 부담전가 등 거래질서 의혹, 쿠팡 기업집단 내에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로서 '동일인 지정' 관련 쟁점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제목에서 '쿠팡' 뺀 국민의힘 국정조사 요구서에 “물타기” 비판도

국민의힘의 쿠팡 국정조사 요구서에 대해선 “물타기” “면죄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요구서 제목에서 '쿠팡'을 빼고 조사 대상을 통신3사와 중국 이커머스 업체까지 넓힌 반면 노동자 사망과 증거인멸 의혹 등은 제외했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조사 요구서 제목은 문진석 의원안의 경우 '침해사고 및 불공정행위와 반인권적 노동환경·국익훼손 등 쿠팡의 불법적 기업 행위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송언석 의원안은 '개인정보와 정부 주요 전산망 해킹 및 정보 유출 사고와 개인정보의 해외이전에 대한 실태 조사 및 유출 사고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다.

이를 두고 진보당은 “가장 중요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는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정쟁놀음과 반중 정서만 남긴 잡탕 요구서”라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민주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무력화하려는 노골적 물타기”라며 “민생 공론의 장을 정쟁의 늪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했다.

앞서 쿠팡에선 지난해 11월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공식 확인됐다. 쿠팡은 지난해 11월18일 보안 이상 징후를 탐지해 침해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과정에서 약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비정상 접근은 같은 해 6월경 해외 서버를 통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자체 조사 결과 유출 계정이 3000개에 국한된다고 공개했으나, 경찰은 지난 12일 실제 유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동시에 쿠팡에선 지난해 하반기에만 10월 대구지역 40대, 11월 제주지역 3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그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누적된 야간노동·사망사고가 누적된 사례가 다시금 주목 받으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쿠팡 물류센터 등 '야간노동 실태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쿠팡취업 국회보좌진에 대한 로비의혹 등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편 시민사회에선 국회 퇴직공직자들이 쿠팡에 재취업해 사실상 '쿠팡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 위반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0~2025년 국회를 퇴직한 국회의원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 등이 가장 많이 재취업한 대기업이 쿠팡(16명)이라며 이들의 쿠팡에서의 실질적 담당 업무와 과거 국회 업무 연관성, 국회 출입 및 로비 기록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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