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반도체 타고 뛸 때…지방은 제자리

산업생산지수 격차 ‘역대 최대’
바이오 등 신산업 수도권 쏠림
호남·대경권, 주력 산업 쇠퇴
지방 청년층 인구유출도 우려
수도권과 지방의 산업 현장 온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수도권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앞세워 산업생산지수가 큰 폭으로 뛴 데 반해 전통 제조업 비중이 높은 호남과 대구·경북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격차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경향신문이 25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수도권 산업생산지수(원지수)는 147.0(2020=100)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개편한 2020년 이후 최고치다.
2020년 1분기 95.3에 그쳤던 수도권 산업생산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2023년 1분기 이후 가파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도권의 급성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영향이 크다.
지난해 3분기 수도권의 전자·정보통신기기 제조업 생산지수는 204.2를 기록했다. 2020년 1분기에 91.1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신산업인 의약품 제조업 역시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성장하며 수도권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지방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나마 수도권을 제외한 권역 가운데서는 충청권(115.0)이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의약품 제조업(154.9)과 전자·정보통신기기(134.5) 등 첨단 업종이 버팀목이 됐지만, 증가폭은 수도권의 절반에 그쳤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수출 주도형 제조업이 집중된 동남권은 산업생산지수가 113.3으로, 수도권에 비해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전자·정보통신기기(152.2)가 선방했지만, 화학제품(95.6)과 가죽·신발 제조업(60.8)은 2020년보다 뒷걸음쳤다.
호남권과 대구·경북(대경권)은 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호남권의 산업생산지수는 108.1에 그치며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자동차(144.2)가 선전했지만, 지역 기반 산업인 화학제품(98.1)과 금속가공(92.4)은 2020년보다 감소했다.
대경권은 자동차(139.1)와 의료·정밀기기(162.0)가 호조를 보였지만,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105.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과거 주력 산업인 섬유제품(90.1)과 의복·액세서리(54.2)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화학제품(80.4)의 부진은 동남권보다 더 두드러졌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 중소 제조사의 소외 현상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생산지수 격차 확대는 지방 청년층의 인구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수도권 쏠림 해소를 위해 전국을 5개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로 재편하는 ‘5극 3특’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방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내걸고 첨단 산업을 지방으로 유치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통합 시도에 국세·지방세 비율을 현재 7.5 대 2.5에서 6.5 대 3.5로 조정해 재정 자율권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균형 발전은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 예산 배분과 지자체 간 소모적 경쟁에 머물렀다”며 “이제는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과 투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지방의 에너지 생산 우위를 기업 유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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