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래느니 맞서기 시작한 미 동맹국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계 간의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애썼던 세계 정상들이 미국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 “트럼프를 달래는 것은 효과가 없었고 반격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다보스 포럼은 각국 정상 65명과 주요 기업 경영진 850명을 포함해 130개국,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화의 정신’이라는 주제로 닷새간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구상과 미국 우선주의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세계의 상황을 증진하는 데 헌신한다’는 다보스 포럼의 취지는 종언을 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는 이번 포럼에서 미국과 세계의 대립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카니 총리는 지난 20일 포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미국이 세계 질서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 같은 중견국들이 생존을 위해 동맹을 맺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식탁에 앉지 못한다면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을 비판했을 때 청중은 두 차례 박수를 쳤으며 연설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다보스에서 기립박수가 나오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맹방 영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언과 관련해 미국에 각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고, 다음날 언론 인터뷰에선 영국 등 나토군에 대해 “아프간전에 파병했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자제해 왔던 영국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틀렸다”고 직격했다. 총리실은 영국군 457명이 아프간에서 전사했으며 부상병도 수백명이라고 밝혔다.
미 집권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해 온 마이크 머드리드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며 “동맹들이 무기를 휘두르자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미 중도좌파 성향 싱크탱크 서드웨이의 맷 베넷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그를 달래려 했으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보스 포럼을 지배했던 이러한 분위기가 미 국내에도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 돈 베이컨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을 가장 거세게 비판한 의원들이다.
머드리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할 경우 공화당 의원들의 더 많은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열광적인 지지층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균열이 생겼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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