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장관 사과하라”는데…군은 경찰로, 경찰은 군으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거 국가의 불법 수사로 인권침해를 당한 '납북귀환 어부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권고를 근거로 정부에 낸 '사과 요청' 민원이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이송된 내역이다.
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군은 지난 14일 "진화위 권고 이행 부처는 경찰청"이라며 민원을 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경찰청→국방부→경찰청→국방부’
과거 국가의 불법 수사로 인권침해를 당한 ‘납북귀환 어부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권고를 근거로 정부에 낸 ‘사과 요청’ 민원이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이송된 내역이다. 국방부와 경찰청 사이에서 업무 관할을 이유로 책임을 미루면서 이 민원이 핑퐁 게임을 하듯 4차례나 양쪽을 오간 것이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1971년 동해에서 조업하던 중 북한군에 납치됐다가 귀환했으나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로 인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2023년 5월 진화위는 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보고 정부에 사과를 권고했다. 이에 피해자와 유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4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 1심 법원은 불법 수사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해상 국방력이 약해 납북을 못 막았다’는 정부 주장을 인용해 국가가 국민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해군의 전력 열세를 이유로 ‘납북이 불가피했다’는 정부의 법정 주장과 관련해 피해자들은 지난 12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바로 △‘국민 보호의무 소홀’ 인정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피해자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 회복 조처다. 피해자들은 그 근거로 △국가의 국민 보호의무 방기 △정부의 ‘전력 열세’ 주장의 허구성 △진화위의 정부 사과 권고를 제시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 민원을 경찰로 넘기면서 ‘민원 핑퐁’이 시작했다. 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군은 지난 14일 “진화위 권고 이행 부처는 경찰청”이라며 민원을 경찰청으로 이송했다. 진화위가 과거사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 행정안전부는 담당 부처를 지정하는데, 이 사건은 경찰청 담당이라는 것이다. 이에 군경은 다부처민원 처리를 하기로 일차적으로 협의했다. 그런데 이후 민원인에게 연락한 경찰은 “국방부의 답변을 원한다”는 요청에 따라 민원을 국방부로 다시 보냈다. 그러자 군은 처음과 같은 이유로 민원을 다시 경찰청으로 돌려보냈고, 경찰은 ‘민원인의 요청’이라며 군에 민원을 재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민원인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화 한 번이었으면 해결됐을 문제지만, 국방부의 기계적인 대응에 피해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이자 해당 민원 접수자인 최정규 변호사는 “참고차 덧붙인 진화위 결정문이 ‘핑퐁’의 빌미가 될 줄은 몰랐다”며 “민원 취지는 군이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군은 지난 22일 피해자 쪽에 사과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원 제목이 ‘진화위 권고 이행 촉구’였고, 진화위 결정문도 첨부돼 진화위 권고 관련 내용으로 판단했다. 민원인과 소통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이송해서 죄송하다”며 “해당 민원에 대해서 군과 경찰이 각각 답변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안내했다.
김춘삼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 대표는 “정부의 주장은 국력이 약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진화위 결정을 떠나서 사건과 연관된 모든 부처가 사과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4번의 민주정부 수립 함께한 ‘전략가’이자 ‘킹메이커’…이해찬 전 총리 별세
- 이 대통령 “민주주의 역사 큰 스승 잃었다”…이해찬 전 총리 정치권 애도
- 주한미군, 육군 중심 ‘한반도 붙박이 군’에서 변화…전작권 환수 속도 가속화
- 이 대통령,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보유세 강화 뜻…하루 4차례 글 올려
- 이혜훈 지명 철회…부정 청약·장남 특혜 입학 ‘결정타’ 됐다
- [단독] “국방부장관 사과하라”는데…군은 경찰로, 경찰은 군으로
- 배현진 “이혜훈 ‘쪽박 드라마’, 지명 철회로 끝날 일 아니라 수사해야”
-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 부른 트럼프…“중국과 손잡으면 100% 관세 부과”
- ‘냉동고 한파’에도 비닐터널 트랙 위는 후끈…“운동하기 좋아요” [현장]
- “‘체육훈장’ 페이커, 나중에 현충원 안장되나요?”…보훈부 답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