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비트코인 ‘피싱’에 분실? 광주지검 관리 부실 도마위

안재영 기자 2026. 1. 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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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법 확정 ‘부녀 도박사이트’ 관련
작년 말 인지…검찰 “수사 중 비공개”
의문 일파만파 속 내부 연루설 제기도
공소 기각·피의자 도주 등 잇단 망신살
사진=연합뉴스
광주지검이 압수물로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분실하면서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피싱 피해’라는 것 외에는 관련 내용을 비공개해 설왕설래가 무성한 가운데 내부 관계자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기상 ‘부녀 도박사이트’ 관련 추정

25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압수물을 확인하던 중 비트코인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 이 비트코인이 어떤 사건과 관련해 압수한 것인지와 사라진 수량 등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해당 비트코인이 시기적으로 ‘부녀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사건은 도박 공간 개설죄 등으로 아버지가 복역하게 되자 사이트를 이어받아 운영한 딸 A씨 등에 대한 것이다.

당시 A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범죄 수익인 비트코인 약 1천800개 압수에도 나섰다. 그러나 일일 거래 제한 탓에 압수가 한 번에 이뤄지지 못한 틈을 타 ‘누군가’ 1천400여개를 빼돌렸다.

결국 압수는 320여개에 그쳤고, A씨는 2023년 1월 도박공간개설과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5년과 함께 압수 증거 몰수를 명령했다. 몰수 명령은 2024년 2월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도 유지됐다.

이에 검찰과 A씨 모두 불복하면서 대법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올해 1월8일 무변론 기각 결정이 나면서 확정됐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이 선고일을 한 달 전에 공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지검이 판결 확정에 앞서 압수물을 국가에 귀속시키기 위해 상태 확인에 나섰다가 분실한 걸 알아차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부녀 도박사이트’ 관련이 맞고 분실한 비트코인이 압수품 전량이었다면 이 사건과 관련한 범죄 수익은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피싱’ 피해 의문…회수 가능성도 미지수

가장 의문스러운 점은 어떻게 피해가 발생했냐는 것인데, 인터넷 피싱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인터넷 피싱 피해는 법원 등기 사기처럼 진짜같이 만든 가짜 사이트에 입력한 개인정보 등이 탈취되면서 발생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월렛’이라 불리는 지갑에 보관되는데, 월렛은 고유 주소가 있으며 수사 기관에선 주로 ‘핫 월렛’과 ‘콜드 월렛’으로 분류한다. 핫 월렛은 거래소를 통한 환전이 가능하지만, 콜드 월렛은 지갑 간 이체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에선 비트코인을 압수할 때 콜드 월렛을 새롭게 만들고 여기에 범죄 피의자의 지갑에 있던 걸 옮기며 금융계좌의 공인인증서처럼 이체 등에 필요한 ‘암호키’와 관련 정보를 USB에 담아 보관한다. 이 USB는 사건 송치와 함께 검찰에 넘기며 경찰은 보안을 위해 암호키를 재설정할 것을 권고한다.

은행 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듯 비트코인이 월렛 안에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선 인터넷 접속이 필요한데, 이 때 가짜 사이트에 접속해서 지갑 주소와 함께 암호키를 입력했다면 탈취로 이어졌을 수 있다.

USB와 연결된 컴퓨터 자체에 악성 코드가 있어서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탈취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에선 인터넷 망을 사용할 때 피싱 및 악성 코드 유입이 우려되는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경우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암호키 등 정보를 누군가 유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범죄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현실적으로 회수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콜드 월렛에서의 이체도 기록은 남지만, 문제는 계좌와 달리 지갑은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거래소를 통한 현금화 시도가 있을 때만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한데, 비트코인이 든 지갑 자체를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檢 수사 적절성 논란…피의자 도주·공소 기각 선례도

광주지검이 잃어버린 비트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검찰이 직접 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와 관련, 2023년 10월 완도경찰서가 자체 조사를 통해 소속 경찰관이 압수한 현금을 빼돌렸다는 걸 밝혀냈을 당시 관련 수사는 보고를 받은 전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진행했다.

두 사건의 결이 조금은 다르고 각 수사 기관의 방침에도 차이는 있겠지만, 당시 경찰은 이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나 ‘사안 축소’ 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 안팎에선 잇따른 망신살에 대해 자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광주지검에선 지난해 12월 체포영장 집행 과정 중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2월에는 정준호 국회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에서 수사 검사가 공소까지 진행하는 등 개정 검찰청법을 어겨 ‘공소 기각’이란 뼈아픈 결정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품 분실은 조직의 신뢰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사태”라며 “수사의 은밀성과 잠행성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외부에 명확한 설명도 없이 그저 수사만 이어가는 건 신뢰를 더욱 해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익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도 “구체적인 수사 방향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체 조사 결과 등은 밝히는 게 공직자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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