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긴 산단의 밤… 오후 8시, 벌써 어둠에 갇혔다 [도심 속 외딴섬, 산단을 깨우자·(1-1)]
주52시간제·코로나 겪으며 변화
범죄예방환경설계 적용 ‘역부족’
헬스장 등 여가공간 필요성 지적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께 찾은 인천 남동구 남동국가산단에 위치한 남동인더스파크역. 체감온도 영하 10℃를 밑도는 한파 속에 역 주변 상가건물과 공장 등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이 시간대 부평역이나 구월로데오거리 등 번화가는 한창 사람이 모일 때지만, 남동산단은 마치 새벽녘처럼 적막만이 가득했다.
남동인더스파크역 앞 버스정류장을 지나는 시내버스에는 단 한 명의 탑승객도 없었다. 역 안으로 들어가도 인적은 드물었다. 8시가 채 되지 않았음에도 플랫폼에는 단 2명의 승객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을 나와 인근 상가로 향하니 ‘마트’라는 글자가 적힌 간판만이 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1997년부터 마트를 운영했다는 60대 여성 A씨는 “불과 7~8년 전만 해도 노래방과 술집 등이 퇴근한 사람들로 붐볐다. 젊은이들이 크고 작은 다툼을 벌이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활기찼다”며 “주52시간제 도입,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발길이 줄었고 지금은 편의점조차도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미추홀구 주안국가산단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주안국가산단역을 시작으로 약 1시간 동안 산단 거리를 걸으면서 마주친 사람은 10명 남짓이었다.
주안국가산단역에서 5분가량 걷다가 마주한 한 지식산업센터 1층의 카페와 식당 등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매매’라는 현수막이 붙은 한 편의점은 이미 내부 설비와 가판대 등이 모두 정리된 채 텅 비었다.

가게를 정리하고 있던 카페 점원 김민주(31)씨는 “저녁에 카페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야간에 가동하는 인근 공장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어 이 시간까지 문을 열어두긴 한다”고 했다. 날씨가 추워서 손님들이 더 없는 것은 아닌지 묻자 이씨는 고개를 저으며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주택가나 오피스텔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퇴근 이후에 머무는 사람이 없어 여름이든 겨울이든 사정은 비슷하다”고 했다.
주안산단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 버스 정류장과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 기법이 적용된 시설 등이 설치됐지만, 삭막한 거리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버스 정류장 안에 설치된 산단 정보를 알려주는 키오스크에는 오류가 났음을 알리는 ‘블루 스크린’이 떠 있었다. 산단 중심가를 따라 약 500m 길이의 보행로 양 옆에 설치된 간접조명 시설은 수명을 다했는지 깜빡이거나 꺼져있는 등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산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여가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주안산단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이승민씨는 “일이 끝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장이나 북카페 같은 여가 공간이 있다면 저녁에도 사람들이 좀 더 많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편의점이나 약국조차 찾기가 어려우니 이곳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남동산단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외국인노동자 B(25)씨는 “동료들끼리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나 도서관 같은 시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와 함께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C(33)씨는 “퇴근 이후 저녁에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을 정도로 (산단 거리가) 밝았으면 한다”고 했다.

/한달수·김성호 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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