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유혹 빠지는 변호사 … 직업의식 `흔들'
2020년부터 4년간 징계 2.4배 ↑ … 공급과잉 부작용 속출
충북지역 1명당 한 달에 형사 1건·본안사건 1.5건 수임

[충청타임즈] 영리가 아닌 공공성을 추구하는 전문직종인 변호사들의 직업 의식이 흔들리고 있다.
공급과잉에서 파생된 출혈경쟁이 생활고로 이어지면서, 변호사의 기본적 사명과 과제까지 바꿔놓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충북에서 변호사 비위가 심심찮게 터지고 있다.
A변호사는 경찰관들의 소송대리를 맡은 후 합의금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최근 청주지법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변호사는 2020년 12월10일 경찰관 3명이 공무집행방해 피의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했다. 그는 당시 충북경찰청과 `공무집행방해 등 피해 경찰관 소송 지원 업무협약'을 하고 소속 경찰관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듬해 4월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따라 B씨로부터 합의금(화해권고금) 600만원을 받게 되자 A변호사는 이를 경찰관들에게 전달하지 않고 빼돌려 코인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C변호사는 법조계 인맥을 동원해 가석방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구치소 수감자에게 86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사기나 횡령 등 금품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는 변호사가 부쩍 늘고 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2024년 연도별 변호사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20년 85건에서 2024년에는 206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대비 2.4배 증가한 수치다.
징계 수위도 높아져 중징계인 `정직'과 `제명'이 뚜렷하게 늘었다. 2020년 9건에 불과했던 정직은 2024년 19건으로 증가했다.
제명 역시 2020년 1건에서 2024년 7건으로 늘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24년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돼 등록이 취소된 변호사는 27명에 이른다.
법률시장에서의 공급은 정해져 있고, 수요는 감소 추세를 보이는 탓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이 급기야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실제 과거 `최고의 전문직'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변호사들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
사건수임 영업은 여러 명의 사무장에 맡기고 서류 검토와 재판 준비에만 전념하는 변호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직접 발로 뛰며 사건을 수임하고, 경비절감을 위해 아예 사무장을 두지 않는 변호사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상반기 충북지방변호사회 소속 회원(210명)의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형사사건 5건, 형사 외 민사·가사 등 본안사건 9건이다.
전년도 역시 상반기 형사 5건, 본안 8건, 하반기는 형사 6건, 본안 9건이다.
6개월 단위로 수임 건수를 집계하다 보니 사실상 변호사 1명당 한 달에 형사 사건은 1건, 본안사건은 1.5건 정도 수임하고 있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률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며 "직업 소명의식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셈"이라고 전했다.
/하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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