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형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 고양이는 왜 물을 안 마실까?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2026. 1. 2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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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계 질환 고통받는 고양이
결정적 키워드는 수분섭취 부족
사막환경서 살아온 진화의 결과
먹이와 분리·물그릇 여러곳 배치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고양이들이 비뇨기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발성 방광염과 요로 결석 등으로 반복되는 배뇨통, 혈뇨, 갑작스러운 배뇨 실수는 고양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준다. 요도에서부터 시작하여 방광, 뇨관, 신장에 이르기까지 비뇨기계 전반을 걸쳐 수없이 많은 질환들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누구나 두려워하고 “혹시 우리집 고양이도?”라는 노파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비뇨기계 질환의 가장 결정적인 키워드는 ‘부족한 수분 섭취’이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만성적인 탈수로 인해 혈액은 진해지게 되고, 진해진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신장은 농축된 소변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부담이 쌓이게 되고 과도하게 농축된 소변이 방광 안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방광은 노폐물에 장시간 노출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방광의 염증과 더불어 결석 형성의 토양이 되며 만성 신장질환까지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양이는 왜 물을 마시지 않는 걸까? 고양이가 물을 적게 마시는 이유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진화의 결과로 생각하는 것이 옳다. 사막 환경에서 살아온 고양이는 먹잇감 속 수분으로 생존해 왔고, 갈증을 강하게 느끼지 않도록 몸이 적응했다. 문제는 이 특성이 사막에서의 생활에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현대의 실내 생활에서는 건강 위험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실내 생활을 하는 중성화 고양이는 활동량이 적고 물 섭취도 줄어들기 쉬워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보호자는 고가의 처방사료나 약물 치료를 먼저 떠올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법은 물을 더 많이 마시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은 “물을 늘 놔두지만 고양이가 마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호자 본인은 정말 열심히 물을 공급하지만 정작 고양이는 보호자의 바람과는 달리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의 ‘존재’가 아니라 물을 마시는 ‘환경’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물을 공급하는 방법은 유사하다. 사료를 주고 그 옆에 물그릇을 하나 준비해주는 방법을 취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먹이 근처의 물을 경계한다. 물은 먹이와 분리해, 물그릇을 여러 개로 늘리고 집 안 여러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수보다 하나 더 많은 물그릇을 배치하되 고양이가 자주 지나는 길목, 창가, 휴식 공간 근처 등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장소를 선택하여 물을 주는 것이 좋다. 고양이는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장소를 선택하여야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물그릇의 형태 역시 요로 건강과 직결된다. 깊고 좁은 그릇은 수염을 자극해 기피 대상이 된다. 불편한 그릇은 음수량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소변 농축으로 연결된다. 넓고 얕은 그릇, 냄새가 남지 않는 도자기나 스테인리스 재질의 그릇이 음수량 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흐르는 물을 선호하는 고양이도 많아 순환식 급수기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청결 관리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마시지 않게 된다.

사료 역시 수분 섭취의 핵심이다. 건사료만 급여하는 경우 고양이는 만성 탈수 상태에 놓이기 쉽다. ISFM(국제 고양이 수의사회)은 가능하다면 요로·신장질환 예방을 위해 습식사료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 하루 한 끼만 습식으로 바꿔도 고양이의 전체 수분 섭취량은 크게 증가한다.

보호자가 환경을 바꾸면 고양이의 몸은 분명히 달라진다. 고양이에게 물을 마시라고 요구하지 말고, 마시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물그릇 하나의 변화가 고양이의 평생 건강을 바꿀 수 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은 고양이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수분 공급 방식이다. 예방은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환경 변화에서 시작된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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