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아, 미네소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24일(현지시간)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또다시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달 7일 이민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르네 니콜 굿이 숨진 지 17일 만이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민 단속을 벌이던 국경순찰대 요원이 앨릭스 프레티의 무기를 빼앗으려다 프레티가 격렬히 저항해 ‘방어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프레티는 요원들이 시위 참가자를 넘어뜨린 것에 항의하다 요원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영상을 분석한 결과 “프레티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총이 아닌 휴대전화였다”고 보도했다. 요원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저항력을 잃은 프레티에게 10발이 넘는 총격을 가하는 천인공노할 장면이 세계인의 분노를 샀다. 전장에서도 범죄행위로 분류되는 즉결처형이나 다름없다. 이민단속국은 무슨 권리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할 말을 잃게 한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회수된 총기와 탄창 사진을 올리고 연방 요원의 총격이 정당방위라고 적었다. 피해자에 대한 애도나 이민 당국의 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등록 이민자 추방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다. 미네소타가 타깃이 된 명분은 ‘보조금 사기’다. 지난해 말 NYT는 미네소타에서 연방정부 지원금 횡령 의혹을 보도했는데, 소말리아계 이민자 상당수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불법 이민자들의 ‘부정 수급’과 연관지어 무자비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남의 일처럼 여길 수 없는 것이 지난해 9월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300여명이 1주일간 이민단속국에 의해 구금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를 흔들었던 조지 플로이드 사태의 발원지다. 23일 미니애폴리스와 인근 세인트폴 도심에서 영하 20도의 혹한을 뚫고 수만명이 운집해 항의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힘은 다양한 인종·문화·민족이 서로 융합되는 ‘인종의 용광로’가 원천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미국 쇠퇴의 또 다른 증거다. 미국이 어쩌다 이런 나라가 되었나.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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