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시설이 최우수…평가 실효성 논란
이후 정부 평가에서 '최고 등급'
보건복지부 인권 항목 비중 15점뿐
“감독 체계, 전면적으로 점검을”

최근 안성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성폭력 사건으로 종사자에게 실형이 선고됐지만 사건 이후에도 시설 평가는 최우수 등급을 유지해 시설 평가·감독 체계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일보 2026년 1월15일자 온라인뉴스 '지적장애인 성폭행 시설 종사자 1심서 실형'>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7일 지적장애인 입소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 50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A씨가 보호·감독 지위에 있던 종사자로서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2022년 6월 사건 발생 뒤 수사가 이뤄진 이후에도 그해 말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고, 2024년 경기도 시설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으로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 측은 해당 사건을 A씨 개인 일탈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시설 평가는 주로 서류 제출과 행정 절차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제 생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사전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시설 평가의 경우 통상 3년 주기로 진행돼 그 사이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이 지자체나 감독 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점검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시설 평가 점수 100점 중 인권·권익옹호 관련 항목 비중은 15점 수준에 머물러 학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일부 감점에 그칠 뿐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
시설 내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로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장애인인권지킴이단'이 마련됐지만 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측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사건 발생 전후로 인권지킴이단 회의 운영 여부나 회의록 등 관련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고 시설 측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실제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인천판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군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도 시설장이 여성 중증장애인들을 성폭행·강제추행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서도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예정했던 시설 실지 감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상철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국장은 "장애인인권지킴이단은 법에 따라 각 시설마다 설치·운영돼야 하는 기구지만 규정만 있고 실제 정상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며 "분기별 회의나 회의록이 있어야 하지만 홈페이지상 구성만 돼 있을 뿐 실질적인 활동이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시설 종사자인 가해자를 개인 일탈로 분리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시설과 법인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가도록 평가와 감독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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