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립 힘든 ‘물 확보’와 ‘보 개방’…정책 충돌에 사업 공회전
- 부산시, 강변여과수·복류수로
- 日 90만t 대체원수 확보 추진
- 일정한 강 수위 유지 전제돼야
- 환경부 ‘재자연화 방침’과 배치
- 전문가 “선택적 보개방이 대안”
정부가 낙동강 하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국정과제로 내걸며 부산·경남 물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이는 듯하지만, 정작 세부 정책들이 충돌하며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취수원 확보를 위한 강변여과수·복류수 활용 방식과 환경부의 ‘보 개방’ 기조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사업 파트너인 경남도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엇갈린 정부 정책에 사업 ‘공회전’
25일 국제신문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물관리정책실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대구·경북권의 취수원 이전 모델을 부산·경남권에 순차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복류수와 강변여과수를 대안으로 활용하되 ‘주민 동의’를 필수 전제로 달았다. 그러나 이는 기존 사업 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책적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산시는 낙동강 본류 표류수 대신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 사업’을 통해 창녕·의령에서 강변여과수 71만 t, 합천 황강 복류수 19만 t 등 하루 총 90만 t의 대체 원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중 42만 t은 부산에, 48만 t은 창원·김해 등 동부 경남에 공급할 예정이다. 강변여과수는 하천변에 우물을 파서 모래·자갈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된 지하수를 취수하는 방식이다. 토양의 생물학적 작용으로 기생충과 바이러스가 제거돼 수질이 1급수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복류수는 강바닥의 모래층 아래에 유공관(구멍이 뚫린 관)을 묻어 여과된 물을 직접 뽑아낸다.

▮보 개방 땐 ‘수위 확보’ 불가
두 방식 모두 수질은 우수하지만, 강의 수위가 일정 높이 이상 유지돼야만 수압에 의해 물이 지층을 통과해 원활하게 공급된다.
현재 총사업비는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 당시(1조7613억 원)보다 약 1조 원 늘어난 2조800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주민 반발을 고려해 취수 지점을 4곳에서 9곳으로 분산 개발하면서 관로 길이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총사업비 증액 규모가 15%를 초과함에 따라 예타 재통과나 사업타당성 재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환경부의 ‘낙동강 재자연화’ 정책과 엇박자를 낸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물은 흘러야 한다’는 기조로 올해 안에 4대강 16개 보 처리 방안을 마련하고 보 개방을 통한 수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반면 강변여과수와 복류수 취수 방식은 안정적인 하천 수위 유지가 필수적이다.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 설계된 취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는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사업 파트너 경남도… “지켜 봐야”
정부가 한쪽에서는 ‘물 확보’를, 다른 쪽에서는 ‘수위 하락’을 추진하는 모순에 빠진 셈이다. 핵심 거점인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가 개방될 경우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남도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보 개방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수원 다변화 사업 내용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방침이 확정되기 전에는 지자체가 앞장서 주민 설득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선택적 보 개방’을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제시한다. 백경훈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물 정책이 정쟁화되어 정권마다 달라지는 것이 문제”라며 “보를 개방해 녹조를 줄이는 논리도 있지만, 핵심은 녹조를 제외하더라도 본류 원수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이다. 사고 방지를 위해 취수원 다변화 관련 보는 막아두는 것이 지역 주민과 부산·경남 시·도민 모두에게 실용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래도 부산시는 그동안 주민 설득에 공을 들인 덕에 과거 지하수 저하 우려 등으로 특별법 발의조차 무산됐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보 개방 때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을 경험한 주민 사이에서, 차라리 보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 기류 변화에 주목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민에게 실질적인 보상책과 용수 공급 보장 대책을 제시하며 진정성 있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보 개방에 반대하며 오히려 안정적인 수위 유지를 전제로 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지지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며 성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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