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쇼·‘달톡(느린 우체통)’ 띄워 상권 붐업…민관 협업하니 외국인 쇄도

최승희 기자 2026. 1.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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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계가 몰려온다 <5> 수영구 ‘K-로컬’의 힘

- 구, 광안리에 문화콘텐츠들 투입
- 사람 모이자 미식·편집숍 북적
- 골목 식당도 다국어 메뉴판 구비

- 느린 엽서, 외국인 재방문 효과
- ‘관광지 평가’선 전국 1위 올라
- 감성여행·세밀한 환대 더 체계화

지난 24일 저녁 매서운 한파에도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변은 인파로 북적였다. 밤하늘을 수놓는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를 보기 위해서다. 약 10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백사장을 가득 채웠던 관람객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인근 해변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식당과 카페마다 손님이 가득 찼고, 골목 곳곳에선 다양한 외국어가 뒤섞여 들렸다. 캐리어를 끌고 식당에 들어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광안리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광안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 씨는 “드론쇼가 끝나면 손님들이 골목 안쪽까지 몰려든다”며 “외국인 손님도 늘면서 메뉴판에 다국어 표기는 필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한 국내 관광지 관련 조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며 부산 광안리가 한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대표 상설 콘텐츠인 드론쇼. 전민철 기자


▮콘텐츠에 끌린 사람들, 골목 깨우다

오랫동안 부산 관광 왕좌는 해운대 차지였다. 화려한 마천루와 전통적인 해수욕장 인프라를 갖춘 해운대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였다. 하지만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발표된 야놀자리서치의 ‘여행자 감성평가 한국관광지 500’에서 광안리가 개장 이래 처음으로 해운대를 제치고 전국 1위에 오른 것이다.

부상의 핵심은 ‘자생적 선순환 구조’다. 수영구가 드론쇼와 SUP(패들보드) 등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투입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사람이 모이니 이색적인 식음료(F&B) 매장과 편집숍이 골목마다 들어섰다. 미쉐린 가이드 부산 리스트에 오른 식당 19곳 중 8곳이 수영구에 포진해 있을 만큼 ‘미식 관광’ 밀도도 높아졌다. 세련된 상권이 형성되자 다시 이를 즐기려는 내외국인이 몰려들며 선순환이 완성됐다.

광안리에서 외국인 대상 도시민박업을 운영하는 이모(42) 씨는 “과거엔 여름 한 철 장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권 자체가 탄탄해지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숙소를 찾는 외국인이 꾸준하다”며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현지인처럼 머무는 ‘로컬 여행’이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대세가 됐다”고 전했다.

재방문을 이끄는 느린 우체통 ‘수영달팽이 톡’ 모습. 최승희 기자


▮72개국 배달 ‘달톡’, 감성디테일 힘

수영구 관광 정책의 또 다른 묘미는 세밀한 ‘환대’에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느린 우체통 ‘수영 달팽이 TALK(달톡)’이다. 엽서를 쓰면 1년 뒤 발송하는 우편 서비스로, 6개 국어로 안내된다. 달톡은 지난해 한 해에만 국내 5만3803건, 해외 4449건의 편지를 보냈다. 해외 발송량만 보면 2023년 2700건 수준에서 2년 새 64.8%나 급증했다. 참여 국가도 같은 기간 66개국에서 72개국으로 늘었다.

단순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수치가 던지는 의미는 묵직하다. 1년 전 보낸 엽서를 들고 수영구를 다시 찾은 재방문객은 지난해 1204명으로 전년 대비 51%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 재방문객의 꾸준한 증가다. 2023년 일본인 관광객이 첫 외국인 재방문자로 기록된 이후 지난해에는 그 수가 7명까지 늘었다. 숫자는 크지 않지만 한번 방문한 외국인이 1년 뒤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관광 정책에서 매우 유의미한 지표다.

수영구 관계자는 “달톡 재방문객에게 3만 원 상당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는데 이들이 다시 와서 지역 상권에 쓰는 소비는 그 가치를 훨씬 상회한다”며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광안리에 ‘추억’이라는 끈을 매어두게 하는 감성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쉼 없는 해변문화

여름 한 철 장사에 의존하던 해수욕장의 고정관념을 깬 것은 ‘상설 콘텐츠’의 힘이다. 수영구 앵커 프로젝트인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야간 관광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매주 토요일 밤 하늘을 수놓는 1000대 드론쇼는 ‘광안리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상설 콘텐츠 상징이 됐다. 연간 268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이 쇼는 가을부터 레이저 연출을 더한 복합 공연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여기에 봄 어방축제, 여름 차 없는 문화의 거리, 가을 폴인 광안리 등 계절별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실제로 광안리 상권은 최근 10년 새 3배 성장하며 부산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수영구의 사례가 부산이 지향해야 할 관광 미래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은 이제 단순히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분위기를 소비하러 온다”며 “수영구는 행정이 판을 깔고 로컬 상권이 내용을 채우는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수영구는 올해 문화관광재단을 출범, 이러한 성과를 더욱 체계화할 계획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영원한 관광 명소는 없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갖고 아주 작은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머리를 맞댄다”며 “전 세계 어디에서 방문해도 자신의 언어로 환대받고 편안하게 머물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광안리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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