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아트홀과 협업 ‘춤 무대’ 확장…제2 이주호 나오게 할 것”

조봉권 선임기자 2026. 1. 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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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부산문화 <4> 남선주 부산무용협회장

- 협회 역사상 첫 70년대생 회장
- 소극장 활용도 높일 방안 모색
- 오페라하우스 시즌 발레단 활력
- 스타 발굴 더해 춤판 희망 이을 것

- “작년 브니엘예고 사태 가슴 아파”
- 후원금 전달·명예무용인상 신설
- “대화·연대로 부산 춤 위기 극복”

지난해 부산의 춤 공연 현장에서 ㈔대한무용협회 부산광역시지회(부산무용협회) 남선주(54) 회장을 매우 자주 만났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춤 공연장마다 남 회장을 본 듯하다. “대학 때부터 공연장에 열심히 갔습니다. 웬만하면 다 갔어요. 춤 예술가를 마음으로 후원하는 좋은 방법은 그 공연 현장에 함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어요.” 2025년 2월 임기 4년 부산무용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협회장을 맡은 뒤로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고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말했다.

남선주 부산무용협회장이 최근 국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춤 예술계 상황과 올해 방향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부산무용협회장은 어떤 의미에서 까다롭고 어려운 자리다. ‘해마다 치르는 상설 행사가 12개 이상’으로 바쁘고, 부산에 유독 많은 무용계 현안을 하나하나 챙기며 책임성도 느끼는데, 막상 정책·시책·예산 등 중요도가 높은 공적 영역에서는 권한이나 영향력은 제한된다. 책임과 기대는 크고, 막상 뭔가 하려면 수단은 별로 없다. 그렇다 해도 협회가 다른 데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뒷받침만 잘해도 춤 예술 현장에 완연히 활력을 줄 수 있음을 협회 역사는 보여준다.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92학번으로, 부산무용협회 역사상 첫 70년대생 회장인 그는 “지난 1년 경험을 바탕으로, 덩치·규모는 크지 않아도 실효성 높고 회원의 공감과 참여, 춤 예술 확장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고 올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이 협회가 현재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예컨대 부산무용협회는 최근 부산 동래구의 소극장 열린아트홀(동래구 온천동)과 업무협약을 하고 올해부터 협력사업을 펼친다”고 남 회장은 설명했다. “협약에 따라 협회 회원은 접근성 좋은 소극장인 열린아트홀을 크게 할인된 사용료만 내고 쓸 수 있습니다. 춤 공연을 열고 싶지만, 마땅한 공연 장소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는 원로·중진·중견·신예 춤 예술가가 많습니다. 길게 대관하면 극장 사용료는 더 낮출 수 있으니 협회 차원의 기획과 공연 다양화 또한 가능합니다.” 구체적 프로그램은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 방식은 실속이 있어 보인다. 소극장 춤 공연 릴레이 또는 협회가 해마다 여는 ‘새물결 춤작가전’의 확장과 실험을 꾀하면서 소극장 활용도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 회장은 지난해 월드이엔지 강재섭 대표 등 춤 예술 애호가 두 사람에게서 후원금(총액 200만 원)을 받았다. 흔치 않은, 귀한 후원이었다. 남 회장은 이사진과 협의해 용처를 정했다. “100만 원은 부산예고와 브니엘예고 무용과에 격려금으로 전달했고, 100만 원은 기존 부산무용인상의 상금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부산무용인상 상금은 들쑥날쑥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부산무용제 대상작 ‘철근 위의 백조’(안무·주역 발레리노 이주호 부산아이디발레단 대표).


“춤추는 사람이자 부산 시민으로서 지난해 터진 브니엘예고 무용과 사태는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어른으로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춤의 꿈을 꾸는 후속 세대에게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연대의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와 함께 남 회장은 “부산 춤 예술계를 묵묵히 도우며 발전에 이바지한 비회원 또는 다른 분야 전문가에게 수여하는 ‘명예부산무용인상’도 올해 신설했다. 첫 수상자로는 헌신적인 공연사진가 박병민 씨가 선정됐다”고 전했다. 명예무용인상도 뜻깊게 다가온다. 받는 사람은 무용계·무용인이 주는 특별한 상으로 여기며 연대의 정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추진하려는 일로, 대화의 장 마련도 있다. “‘부산 춤 위기’라는 지적과 담론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책을 크게 전환하거나 예산을 갑자기 늘리는 일은 당장 가능하지 않다면,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고민했어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작더라도 꾸준히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돼 다듬고 있습니다.”

남 회장의 새해 구상에서 ‘소프트웨어’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꾸준히 가동하겠다는 방향을 느꼈다. 협회 차원에서 이처럼 ‘판’만 잘 깔아도 비상(飛上)을 위한 발판은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남 회장은 ‘부산 춤 위기’ 담론에도 달리 접근했다. “지난해 부산무용제에서 젊은 발레인 이주호가 이끈 부산아이디발레단이 대상을 받으면서, 부산 출신으로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이주호라는 스타가 탄생했고 춤 현장에 활력이 돌았습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출범한 시즌 발레단 또한 부산 춤 예술 전체를 보면 좋은 신호이죠. 게다가 부산에는 부산국제무용제·부산국제즉흥춤축제 같은 훌륭한 자원도 많습니다.”

남 회장이 말했다. “돌이켜보면 무용에 위기 꼬리표가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거기 주눅들지 않고 작더라도 실효 있는 일을 하고 연대하면 미래를 가꿀 수 있으리라 믿어요. 협회가 그 중심에서 더 헌신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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