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해제 뒤 처형? 자국민 또 쏴 죽인 트럼프 이민 단속 요원
국토안보부 “총 뺏다 방어하려 사격”
영상선 피살 직전 총 제거돼 비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단속 요원이 같은 달 같은 도시에서 자국민을 또 쏴 죽였다. 테러 목적으로 다가온 사망자의 총을 빼앗으려다 여의치 않아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격을 했다는 게 연방정부 해명이다. 하지만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속의 희생자는 피살 직전 총을 빼앗겨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영상대로라면 사실상 무장 해제된 뒤 처형된 셈이다.
진실 게임
브라이언 오하라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시(市) 경찰국장은 24일(현지시간) 37세 백인 남성이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은 숨진 남성이 미니애폴리스에 살며 재향군인 병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던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라고 전했다. 오하라 국장은 프레티가 미국 시민이며 교통 위반 외에는 파악된 범죄 이력이 없다고 말했다. 합법적 총기 보유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오전 9시 직후(미 중부표준시 기준)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 중이던 연방 국경순찰대 요원들에게 9㎜ 반자동 권총을 소지한 한 남성이 접근했고 요원들이 그의 무장을 해제하려 시도하던 중 격렬한 저항에 직면해 방어적으로 사격했다고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목격자 촬영 영상 속 정황은 DHS 주장과 전혀 다르다. 연방 요원의 최루 스프레이를 맞고 쓰러진 시위 참가자를 도와주려 나섰을 때 프레티는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빈손이었다. 접근한 쪽은 대여섯 명의 연방 요원이었다. 등 뒤에서 그를 붙잡고 길바닥에 쓰러뜨려 제압했다. 그러더니 몇 초 뒤 한 요원이 “그가 총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이내 한 요원이 총 한 자루를 집어 들었고 곧장 다른 요원이 자신의 총을 들어 프레티의 등을 조준한 뒤 근접 거리에서 쏘기 시작했다. 5초 안에 최소 10발이 프레티를 향해 발사됐다.
프레티에게 총격이 가해지기 시작했을 때는 DHS 얘기와 달리 그가 이미 비무장 상태였을 공산이 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총격 직전 프레티가 갖고 있던 총을 연방 요원이 빼앗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도 자사가 확보한 영상을 검토한 결과 총격 전 요원이 프레티의 권총을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테러리스트 낙인

트럼프 대통령은 가해 요원을 두둔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프레티가 소지하고 있던 총기 사진을 올리고 “총알이 장전돼 발사 준비가 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 소말리아계 이민자들이 연루된 연방 보조금 사기 사건을 환기시키며 이를 덮으려 주와 시정부가 내란을 선동하고 있다고 우기기도 했다.
프레티는 이달 들어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두 번째 미국 시민이다. 7일 프레티와 나이가 같은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이 그가 피격된 곳으로부터 1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머리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굿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은 뒤 사건 조사에서 주정부를 배제했다. 이번에도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크리스티 놈 DHS 장관이 프레티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개탄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DHS의 주장에 대해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연방정부에서 가장 권력이 센 사람들이 이야기를 왜곡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또 미네소타에 투입된 수천 명의 이민 단속 요원을 철수시키고 미네소타 주정부가 사건 조사를 주도하게 해 줄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에게는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 작전이 끝나려면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이 죽거나 다쳐야 하냐”고 반문했다.
예산 거부
추가 사망자가 나오며 굿의 피격 사망이 촉발한 강경 이민 단속 항의 시위는 더 가열되고 확산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된 자극으로 미네소타에서 폭동이 일어나도록 부추겨 강제 진압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당이 세출법안 패키지 통과 반대 입장을 굳히며 이달 말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기능 정지) 가능성도 생겼다. 척 슈머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DHS에 돈을 대 주는 법안이 포함된다면 세출승인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데 필요한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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