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동아줄’이던 두쫀쿠…재룟값 폭등에 되레 ‘재앙’?

피스타치오·마시멜로·화이트초콜릿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의 핵심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두쫀쿠와 무관하게 이 재료들을 사용하던 자영업자들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유행이 엄한 사람 잡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서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두쫀쿠에 ‘올인’한 이들 역시 치솟은 원가 부담에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짧은 디저트 유행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수입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그 부담은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래 쓰던 재료인데”…두쫀쿠 안 팔아도 덩달아 ‘휘청’
서울 홍대 인근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김한나씨(33)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 만나 “시그니처 메뉴에 화이트초콜릿과 피스타치오를 써왔는데, 두쫀쿠 유행 이후 재료비가 너무 올라 감당이 안 된다”며 “디저트에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가격선이 있는데 원가가 그 선을 훌쩍 넘을 정도로 뛰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격도 문제지만 아예 물량을 구할 수 없어 미치겠다”며 “지금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주문하면 출고가 2월말”이라고 말했다.
연남동에서 디저트 가게를 하는 송모씨(37)도 비슷한 처지다. 송씨는 “스모어 쿠키에는 마시멜로가 필수인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있는 재고까지만 쓰고 당분간은 마카롱 등 다른 메뉴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쫀쿠 재료 가격은 유행과 함께 급등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 톤(t)당 1500만원이던 피스타치오 수입단가는 올 1월 약 2800만원으로 1년새 84% 급등했다. 김씨는 “3주 전에 피스타치오가 1㎏당 8만원쯤이었는데, 지금은 ㎏당 12만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주에 1㎏에 4만원대였던 발로나 초코파우더는 지금 6만원대”라며 “마시멜로도 1㎏에 만원이었는데 지금 5만원대”라고 했다.

두쫀쿠를 팔지 않는 매장들 중에서도 두쫀쿠 유행으로 오른 재료비 때문에 일부 메뉴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송씨는 “화이트초콜릿이 들어가는 메뉴를 빼버린 곳도 있다”며 “재료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무엇보다 단가도 맞지 않으니 당분간 아예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마지막 카드’였던 두쫀쿠는 더 이상 ‘효자 메뉴’가 아니다.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3일 온라인 자영업자 카페에 “5년 내내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다가 요즘은 두쫀쿠만 팔고 있다”며 “케이크에 쓰던 화이트초콜릿이나 발로나 파우더를 구하기도 힘들어, 1월 초에 사둔 재료가 소진되면 폐업할 생각”이라고 적었다. 그는 “세 내고 나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유행 따라 재료비 급등···수입 원재료가 “더 치명적”

자영업자들은 수입 원재료의 증가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거 ‘두바이 초콜릿’이 유행했을 때도 다크초콜릿과 피스타치오 가격이 급등했던 전례가 있다. 김씨는 “탕후루가 유행했을 때도 딸기나 샤인머스캣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 농산물이다 보니 지금처럼 폭등하진 않았다”며 “수입 원재료에 유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게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두쫀쿠 유행)도 곧 사그라들겠죠”라며 “그런데 나중에 또 어떤 게 대유행을 할지 생각만 해도 무섭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디저트 유행이 반복적으로 수입 원재료 시장을 왜곡하고, 그 부담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전가된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쫀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유행 디저트는 경기 침체 때 자영업자들에게 단기적인 매출 돌파구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가장 불안정한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급이 제한된 재료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가격 급등과 품귀가 불가피한데, 이 비용이 중간 유통 단계나 대기업이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된다는 게 문제”라며 “유행이 끝난 뒤에도 높아진 원가와 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남는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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