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점검-제2의 용인 반도체, 전남으로 ③부지]산 깎느라 세월 보내는 용인…'즉시 입주' 전남이 답
문화재까지…수년간 지연 가능성
전남 바로 입주·저렴한 산단 많아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수조원을 들여 수백m에 달하는 산과 구릉지를 허물어야 하는 등 막대한 토목공사와 환경훼손, 공기 지연 등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전남과 같은 지방의 경우 이미 조성하고 수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산업단지들이 많아 대안으로 주목된다.
◇부지 조성에만 2조원 가까이
삼성전자가 조성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남사읍 일대 약 778만㎡(235만평) 용지에 조성된다. 시스템반도체 제조공장(팹) 6기와 발전소 3기를 짓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60곳 이상이 입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산단 부지의 2/3 상당이 구릉과 야산지대다. '평탄지'가 아닌 만큼 대규모 절·성토 공사와 산지전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동쪽에 있는 삼봉산(414m)과 북쪽에 있는 달봉산(206m) 등 수백m 높이의 산봉우리들을 깎아내려야 한다.
정확한 절토량 수치는 공개 자료에서 구체적인 숫자는 확인되지 않으나 부지조성 공사비로만 약 1조 9천억 원이 추산된다. 이 비용은 토지 매입·보상(총 감정평가액 약 2.6조 원)과 별도의 토목 공사비다. 축구장 수백 배 규모의 산림 훼손이 예상된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토지 보상비로만 이미 7천억 원이 넘게 지출됐다.
최근에는 문화재 발굴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산단 조성 일정이 수년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인근 원산면 일대에서 조성이 시작된 SK하이닉스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도 독성리와 죽능리 일대 야산이다.
과거 축구장 5개면을 갖고 있던 용인축구센터 야산을 통째로 깍아내렸다. 야산에 있던 나무를 모조리 뽑아내고 산을 허물고 부지 고도를 낮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조성 중에도 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과정에서 산사태·토사 유출, 하천 수질 악화, 생태계 단절 가능성 등이 쟁점으로 다뤄졌고, 배수계획·비탈면 안정 대책 보완 요구가 제기됐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지역민원, 토지·지장물 보상 장기화, 용수 공급 인프라 구축 지연 등으로 산단 완공 시점이 최초 2024년에서 2027년으로 늦춰졌다.
◇평당 60만 원…전력·용수는 '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 반대의 주요 논리는 이미 산단이 조성되고 있어 계획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SK 클러스터 1기 팹이 지난해 2월 착공해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새만금과 같은 연약지반에는 생산공정이 민감한 반도체 공장은 지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방 이전 가능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반도체의 업황 싸이클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며,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관세와 같은 외부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미 기반이 조성돼 있는 지방산단을 활용해 나머지 팹단지 건설을 서두르고, 특히 재생에너지와 용수가 풍부한 전남의 산단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분양 가능한 지방 및 일반산단은 234만㎡ 상당, 약 71만평 규모에 달한다.
전남 서남권(목포·영암·장흥)과 동부권(광양) 일반산단 일부에 대규모 미분양 부지가 존재한다. 특히 장흥 바이오산단(60만㎡)과 광양 황금산단(54만㎡)은 각각 축구장 80~90개 규모의 땅이 비어 있어 대단위 입주가 즉시 가능하다. 평당 평균 분양가도 약 60만 원에 그친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전남은 이미 조성이 끝나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산단들이 즐비하다"며 "지질도 안정적이고 산업용수와 전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도내 전역이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돼 싼값에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어 반도체 산단이 입주하기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