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머무는 해발 3200m 천년고도…고요히 영혼을 위로하네

2026. 1. 25. 16: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윈난성 리장·샹그릴라 … 반얀트리 리조트와 함께한 여행
반얀트리 리장 전경. 뒤로 보이는 옥룡설산을 향해 기도하는 것이 원주민 나시족의 전통이다. 반얀트리 리장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꿈꾸지만, 다른 이는 소란스러운 세상을 뒤로하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곳을 찾는다. 중국 윈난성의 리장과 샹그릴라는 그런 선택에 어울리는 곳이다. 거룩한 설산과 천년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보내는 새해는 묵은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빛을 채우는 정화의 시간이 된다.

그저 풍경만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복을 기원하는 고양이 장식인 '와묘'가 액운을 막아주고, 설산에서 내려온 물이 묵은해의 먼지를 씻어내준다. 불경을 넣어두고 손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든 원통형 기구인 마니차를 돌리는 손길마다 새로운 복이 쌓이는 정화의 땅이다. 그것이 이 두 도시가 건네는 진짜 선물이다.

나시족이 신으로 모시는 산, 리장 옥룡설산

리장은 해발 2400m 고원 도시다. 리장에 들어서면 사계절 내내 하얀 눈을 머금은 옥룡설산(위룽쉐산)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해발 5000m가 넘는 이 산은 리장의 원주민인 나시족에게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설산의 기운을 받는 것이 삶의 복이라 믿기에 지금도 많은 이들이 정상의 만년설을 바라보며 간절한 소원을 빈다. 리장 어디에 있든 이 산은 늘 곁에 머물며 여행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리장은 실크로드보다 200년 먼저 생긴 차마고도의 거점이었다. 1000년 넘는 시간 동안 동서양의 물자가 오가던 흔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리장 고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800년 전 물길을 따라 집을 지은 덕분에 골목마다 맑은 수로가 흐르고 오래된 목조 가옥이 정겨운 풍경을 만든다. 길을 걷다 보면 '리장'이라는 이름이 왜 '아름다운 강'을 뜻하는지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리장까지 직항은 없다. 중국 국내선으로 환승을 거쳐야 한다. 리장 공항에 내리면 고산지대 특유의 얕은 숨이 느껴지지만 공기는 무척 투명하다. 이런 리장의 분위기를 한 공간에 옮긴 곳이 반얀트리 리장이다. 리조트에 도착하면 창밖으로 보이던 설산이 마치 건축의 일부인 것처럼 마당 안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2006년 문을 연 반얀트리 리장은 나시족의 공간 감각을 담았다. 산에서 내려온 물은 분수와 연못, 수로로 이어지며 공간을 잇는다. 아치형 다리를 건너 중정으로 들어서면 설산이 정면에 선다.

총 123개의 빌라는 모두 독채로 구성했다. 모든 방이 옥룡설산을 향해 있고, 개인 풀에서도 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객실 안에는 복을 부른다고 전해지는 수호신 '와묘' 장식이 놓여 있어 머무는 내내 아늑한 기분이 든다.

나시족은 지금도 고성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종교와 언어, 음악을 이어간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형문자인 동파문자는 담벼락과 간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을에서 만난 나시족의 지혜자 '둥바'가 천연염료로 새해 소망을 적어주는 장면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오래된 문자에 나의 다짐을 담아보는 경험은 조용히 기억에 남는다. 리조트에서는 동파문자 계승자와 함께하는 워크숍이나 전통 자수 체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문화를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반얀트리 리장은 이런 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스테이 포 굿'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샹그릴라 중심부에 위치한 반얀트리 링하 호텔 전경. 권효정 여행+ 기자

소설 속 이상향이 현실이 된 곳, 샹그릴라

리장에서 차로 3시간을 달리면 소설 속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이상향 '샹그릴라'가 눈앞에 펼쳐진다. 샹그릴라는 1930년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지친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며 마음의 피난처를 찾았다. 중국 윈난성 정부가 자연·문화 환경이 소설 속 샹그릴라와 매우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중뎬현을 '샹그릴라'로 공식 개명했다.

티베트어로 '마음속의 해와 달'을 뜻하는 이곳은 티베트 불교의 성지답게 경건한 기운이 감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이곳에 발을 들이면 도시에서 가져온 긴장이 어느덧 녹아내린다.

샹그릴라 공항이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리장 공항을 거쳐 이동하는 편이 수월하다. 가는 길에 만나는 거대한 협곡 '호도협'은 자연의 웅장함을 온전히 보여준다. 지대가 높아 숨은 차지만, 잠시 멈춰 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깊게 만든다.

샹그릴라 중심부 해발 3200m 지점, 에메랄드빛 계곡 사이에는 반얀트리 링하가 자리한다. 티베트 자치구와 맞닿은 곳이다. 반얀그룹 창립자인 호콴핑, 클레어 치앙 부부가 지역을 답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버려진 마을에서 시작했다. 방치됐던 낡은 농가를 해체해 다시 조립해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리조트를 완성했다.

리조트엔 객실 32개가 전부다. 각 객실에는 벽난로와 목재 발코니가 있고 발코니에 나서면 계곡과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와 돌로 지은 건물 곳곳에는 장인의 손길이 남아 있다. 목조 기둥과 두꺼운 흙벽, 가파른 지붕까지 티베트 전통 양식을 그대로 살렸다. 낮에는 자연을 벗 삼아 쉬고, 밤에는 불필요한 조명을 줄여 고요한 휴식에 집중하기 좋다.

티베트 스위트는 복층 구조다. 위층에는 침대와 넓은 거실과 서재가 있다. 아래층 욕실은 전용 가든 테라스와 바로 이어진다. 두꺼운 나무 벽과 세월이 묻어나는 반들거리는 바닥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손으로 짠 직물과 예술품들이 더해져 방 안 분위기가 따뜻하다. 고도가 높아 밤에는 쌀쌀할 수 있어 전기장판을 마련했고, 침대 옆에는 고산병에 대비한 산소통도 갖췄다.

리조트 인근 티베트 가정을 방문해 버터티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수세기 동안 고지대 사람들의 필수 음료였던 버터티를 직접 만들며 이들의 삶과 공동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어 발길을 옮긴 곳은 오래된 다바오 사원이다. 사찰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도는 정화의 의식을 마친 뒤 안으로 들어서면, 조용히 기도하고 절을 올리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고요하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틈에서 보낸 이 경건한 시간은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속에 잊히지 않는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리장 권효정 여행+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