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는 얼얼한 맛… 매워서 울고, 젓가락도 울고, 편집자도 울었다 [웃기는 짬뽕]

용인 뉴진각
손윗사람이 고추짬뽕 선택해 ‘차돌’ 놓쳐
자가제면 활용… 신선·쫄깃한 면발 ‘일품’
잘게 썬 고추·고추가루·고추씨까지 수북이
중앙부에 자리잡은 ‘눈물의 언덕’ 정복해야
40대.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어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지천명의 단계로 가는 과정이지만 하늘의 뜻은커녕 여전히 세상 일에도 많이 흔들린다. 젊은 듯 젊지 않다. 중간에 낀,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도 치이는 가엾은 세대다. 꼰대 세대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아랫사람들을 보면 ‘라뗀(나땐) 말야’가 절로 나오지만 행여 꼰대로 보일까 두려워 라떼를 입밖에 내지 않고 ‘영포티’를 자처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2년 전 부서장을 맡아 20·30대 후배들과 한 팀에서 근무했다. 뉴진스 멤버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한 후배의 질문에 적잖이 당황한 기억이 있다. 당시 내 머릿속 마지막 걸 그룹은 소녀시대였다. 후배들과의 소통을 위한 첫 번째 노력으로 이 때부터 뉴진스 노래를 집중적으로 찾아 듣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건 엠씨더맥스 노래지만 이때부터 뉴진스의 사생팬을 자처하며 ‘How sweet’을 흥얼거리고 다녔다.
사람 관계도 끊임 없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세대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출신지가 다른 사람들이 한데 모여 부대끼며 사는 게 우리 사회다. 각각의 다름 속에서 지혜롭게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다. 친분을 쌓는 좋은 수단 중 하나가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우나를 가거나 운동을 하며 교감한다. 땀 흘리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매콤한 짬뽕을 함께 먹는 것이다. 평소 꼴 보기 싫었던 사람에게 지금 바로 “짬뽕 한 그릇 하시죠”라고 연락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진한 맛 ‘뉴진’
여러 음식점을 다녀보니 맛집의 특징 중 하나가 주차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요즘 시대에는 차 댈 곳이 없으면 좀처럼 안 가게 되지만 맛집의 경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일단 간다. 돌고 돌아 좁은 골목 어디에든 어떻게든 차를 세우고야 만다. 대한민국 운전자들의 주차 실력은 정말 월드클래스 급이다. 맛집의 기준은 역시 맛이 최우선이다. 주차는 덤이다.


평일 점심시간 매장 안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이 집의 시그니처는 고추짬뽕이다. 일반 고추짬뽕(1만1천원)과 차돌고추짬뽕(1만4천원)이 있는데, 고추짬뽕을 주문했다. 사실 차돌고추짬뽕을 먹고 싶었으나 함께 방문한 손윗사람이 먼저 고추짬뽕을 고르는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난 돌이 되기 싫다면 누군가가 커피를 사줄 땐 아메리카노가 싫어도 ‘뜨아’와 ‘아아’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어쨌거나 차돌은 다음 기회에.

고추 3총사의 융단폭격
언덕 아래에는 숙주나물과 양파 등이 대규모로 진을 치고 있다. 이들이 선봉대의 매콤함을 달짝지근한 맛으로 중화시킨다. 이 집은 자가제면을 활용해 신선하고 쫄깃한 면발을 제공하는데 면이 숙주나물·양파와 한 입에 뒤섞여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오징어와 가리비, 알새우 등 해물 양도 넉넉하고 국물은 빨갛지만 진득한 맛보다는 채소에서 우러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강하다.

애초에 비주얼을 담당했던 고추 3총사가 국물에 풀리면서 이 때부터 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준다. 고춧가루는 국물에 흡수돼 서서히 매운 강도를 높이고 잘게 썰린 고추는 한 번씩 씹힐 때마다 강한 펀치를 날린다. 고추씨는 국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먹는 내내 위압감을 준다. 쉴 새 없이 공격을 받다 보면 어느새 땀구멍이 열린다.
맛있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상상이 경험이 되니 ‘아는 맛’이 됐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 또 군침이 돈다.
/황성규 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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