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고령화에 80세 이상 상속 ‘역대 최대’···상속자산 고령층 갇혀 ‘돈맥경화’ 우려 커져
토지·건물 등 부동산이 66.1% 차지
가파른 고령화로 사망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80~90대 부모가 고령층 자녀에게 상속하는 ‘노노(老老) 상속’ 규모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상속 자산이 소비가 활발한 젊은 층으로 넘어가지 않고 고령층에 머물게 되는 만큼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속세 부과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인 경우는 1만1875명으로 전체(2만1193명)의 56%를 차지했다. 이들이 물려준 상속 재산은 24조4966억원으로 전체 상속 재산 가액(44조4151억원)의 55.2%였다.
80세 이상 피상속인수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2007년 940명에 불과했던 80세 이상 피상속인은 2008년(1457명) 처음 1000명을 넘어섰다. 2020년까지만 해도 80세 이상 피상속인은 5573명에 불과했지만 최근 4년간 인원이 2배로 늘어났다. 상속재산도 2020년(10조3844억원) 대비 14조원 이상 증가했다.
피상속인이 80세 이상이면 주로 자녀인 상속인도 60세 전후인 경우가 많다. 사망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상속 시점에 상속인도 노인에 속하는 노노 상속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소비가 활발하지 않은 고령층에 사회 전체의 부(富)가 머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종의 ‘자산 잠김’ 현상으로 소비 위축과 함께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산 중 부동산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상속 자산을 유동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80세 이상 피상속인이 물려준 상속 재산 중 10조8535억원(44.3%)은 아파트 등 건물이었다. 토지(5조3275억원)를 포함하면 부동산이 전체 상속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6.1%에 이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녀에게 미리 재산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자산을 들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상속세와 증여세를 정비하지 않으면 자산이 특정 세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경제 전체의 ‘돈맥경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노노 상속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 투자·소비에 인색한 고령층이 금융 자산의 60%를 보유한 반면, 재산이 상대적으로 없는 젊은 세대는 돈을 쓰고 싶어도 여력이 없었다.
이를 두고 일본은 지난 2022년부터 ‘부의 회춘(回春)’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막대한 고령층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시키기 위해 사전 증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를 정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 자녀나 손자녀에게 증여할 때 손주 교육비(1500만엔), 결혼∙육아비(1000만엔) 등에 대한 증여세를 면제한다.
최 의원은 “활발한 사전 증여를 통해 자산 잠김을 최소화하는 것이 세수나 소비 여력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며 “상속∙증여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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