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돌아온 선거의 여왕’…박근혜 변수, 대구시장 선거판 흔드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약 3년 8개월 만에 국회를 찾자, 대구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를 방문해 통일교 의혹과 공천 헌금 문제 등을 둘러싼 '쌍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단식을 만류했다. 방문 목적 자체는 단순한 '위로 행보'였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데서 '묘한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선거 때마다 보수진영 결집의 상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문수 후보 지원을 위해 대구 서문시장과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충북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 등을 찾았다. 이어 부산·울산·진주 등으로 발걸음을 넓히며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런 전례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화두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국회 방문이 단순한 격려를 넘어 향후 공천 구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확대 해석까지 내놓는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최근 KBS 라디오에서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유영하 의원을 공개 지지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 국회 방문 역시 공천을 염두에 둔 암묵적인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지방선거 판에서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은 박 전 대통령뿐"이라고도 분석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과거처럼 공천과 당락을 좌우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유영하 의원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유 의원의 공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대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에 대한 동정 여론이 적지 않았던 만큼, 그 감정이 지금도 정치적 영향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한 마디가 선거판을 뒤집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경선 초반 판세가 비슷하게 흘러갈 경우, 정서적 변수가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대구시장 선거는 결국 박근혜 변수와 각 후보의 현실 정치력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에 대해 측근과 지도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은 자신의 대구시장 공천설이 거론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어느 덜떨어진 정치 패널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유영하 대구시장 공천을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다고 하더라"며 반박했으나,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경을 두고 말이 많다"며 "적어도 제가 아는 한 당의 요청이나 사전 협의, 방문 시점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먼 길을 달려와 손을 잡아준 것이고, 그 마음이 장동혁 대표에게 전해져 단식이 중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천 경쟁에서는 상징성보다 '경선 경쟁력'이 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찬 KPO리서치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은 특정 인물의 상징성보다는 경선 경쟁력과 조직력,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입지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여전히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상징적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행보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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