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월당 지하상가가 시장이 됐다”…약국·농산물 판매점으로 업종지도 재편
진입장벽 낮고,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몫
시민 반응도 긍정적 “접근성 좋아 다시 활기”

대구 반월당 지하상가의 업종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의류와 잡화 중심이던 지하상가에 최근 약국과 농수산물 판매점이 잇따라 들어서며 '지하 전통시장'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찾은 대구도시철도 1·2호선 반월당역 지하상가(메트로센터). 현대백화점 지하통로에서 봉산문화회관 입구까지 약 500m에 이르는 구간이다. 도심 직장인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분주히 오갔다. 특히 한파가 몰아친 요즘, 지상에는 행인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이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농산물가게와 약국이었다.
과일과 채소를 진열한 한 점포 앞에는 중장년층 고객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귤과 딸기, 배 같은 제철 과일부터 쌀과 계란, 부추, 무, 시금치 등 농산물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어 지하상가라기보다 전통시장을 방불케 했다. 설을 앞두고 있는 터라 강정을 수북히 쌓아둔 가게도 있었다. 최근 1년 새 문을 연 농산물 판매점이 9곳에 달한다.
농산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최근에만 농산물 판매점 3곳이 추가로 입점했다"며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2·13번 출구 인근 매장은 개업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사람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산물가게 상인은 "먼저 들어온 가게들이 장사를 잘하다 보니 비슷한 업종이 자연스럽게 모였다"며 "소비자들도 '여기 오면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약국거리'로 불리는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을 중심으로 약국 12곳이 줄지어 들어섰다. 건강기능식품과 상비약을 전면에 전시한 약국들은 행인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도매를 하는 판매구조라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교통이 편리해서 그런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농산물 판매점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에 대해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최근 입점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약국의 경우 2019년 동산병원이 성서로 옮긴 뒤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교통 접근성과 저렴한 약값, 인근 약전골목과의 시너지 효과가 맞물리며 빠르게 확산됐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했다. 한때 지하상가를 채웠던 스티커사진, 인형뽑기 같은 업종들은 유행이 사그라들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준 것이다. 20년 가까이 지하상가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윤성원 공인중개사는 "하루 약 30만 명이 오가는 공간에서 면세가 가능하고, 법적 제약이 적은 농수산물 업종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며 "결국, 파는 물건이 바뀌면서 지하상가가 전통시장처럼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직장인 이서연(32·여)씨는 "지하상가를 지나가면서 식품부터 다양하게 장을 볼 수 있어 편리하다"며 "출구로 올라가지 않고도 필요한 물건을 한번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반월당 지하상가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덕호(60·중구)씨는 "지하상가가 시장처럼 변해서 이용이 편리하다"며 "공실 임대 딱지가 붙어 있는 모습이 아니라, 사람이 북적이는 장면을 보니 반월당 지하상가에 다시 활기가 돌아온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김도경 수습기자 gyeong@idaegu.com
서고은 수습기자 goeun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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