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자만할 때 아니다” 임원들에 당부···선대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도 재소환
AI 열풍·반도체 호황 속 ‘경쟁력 확보’ 주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임원들에게 “자만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쓰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진행된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이 같은 취지의 이 회장 메시지를 공유했다. 삼성은 지난주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영상도 상영됐는데, 이 선대회장의 ‘샌드위치론’도 포함됐다. 이 선대회장은 2007년 1월 전경련(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회의에서 “한국은 일본의 선도와 중국의 추격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선대회장 발언이 19년 만에 재소환된 것은 미국·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 상황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 통상 압박과 중국의 매서운 추격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만을 경계하라’는 이 회장 주문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매출 93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하며 오랜 부진에서 탈출했다. AI 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호실적을 이끈 것이다. 이 회장은 이번 실적이 AI로 인한 메모리 수요 급증 수혜를 본 것일 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영역에서의 기술력 회복이란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지난해 3월에도 임원 대상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다. 2016년 이후 9년 만인 당시 이뤄진 세미나에서 이 회장은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즉생’(죽고자 하면 산다)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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