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만 팔아선 한계가 있다…완성차 업계, 구독 모델로 턴어라운드
자율주행·콘텐츠·로봇까지 구독 모델 확장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익 구조가 새로운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완성차 업체들의 시선은 이제 판매 대수나 점유율에 머무르지 않고 차량을 판매한 이후 장기간 안정적 수익 창출 여부를 바라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서비스·플랫폼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평균 5~10%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IT·반도체·소프트웨어 등 첨단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여왔다. 하지만 전기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은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는 분위기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와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해법이 바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구독 모델은 차량 판매 이후에도 여러 가지 편의 기능과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 이용료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 번 차를 팔고 나면 추가 수익을 내기 힘든 기존 완성차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테슬라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테슬라가 연 '자동차 구독 모델'
구독형 자동차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곳은 테슬라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사 자율주행 기술인 'FSD(Full Self-Driving)'를 앞으로 구독 방식으로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2월부터 FSD의 일시불 판매를 중단하고, 이후에는 월간 구독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존에는 8000달러(약 1180만원)에 일시불로 구매하거나, 월 99달러(약 15만원)부터 시작하는 구독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구독제로만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자율주행을 하나의 '옵션'이 아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서비스로 키우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 성능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왔으며, 이러한 특성은 구독 모델과 결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업계에서는 기존 FSD를 경험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은 만큼, 구독제로 전환하더라도 이용자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테슬라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넘어 차량 내 콘텐츠 영역에도 구독 모델을 적용 중이다. 비디오·음악 스트리밍을 포함한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패키지'를 통해 차량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차량 판매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를 보완한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이들과의 가격 경쟁보다는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시장 선점 등을 기반으로 구독 모델을 강화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도 구독형 서비스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을 선언하며, 구독형 서비스(FoD)를 신규 수익 핵심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FoD는 소비자가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다. 원격 주차 보조, 라이팅 패턴, 스트리밍 플러스 등 다양한 기능을 구독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구독 생태계' 구축 나선 현대차
이 방식의 강점은 차량 생산 단계에서는 하드웨어를 표준화해 제조 효율을 높이고, 차량 판매 후에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출고 시점에 모든 옵션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고, 기업은 차량 판매 이후에도 고객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구독 모델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구조다. 소비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기능을 선택하고, 필요 없을 때는 해지했다가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얻을 수 있고, 옵션별로 복잡한 혼류 생산을 줄여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구독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 운전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차량 내부는 개인 전용 공간으로 전환된다. 이동 중 영상 시청, 게임, 업무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이동형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구독형 콘텐츠와 서비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신차 구독 서비스 채택률을 평균 30%로 가정할 경우, 글로벌 자동차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1180억 달러(약 17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구독 전략은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CES에서 화제가 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해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RaaS(Robots-as-a-Service)'를 통해 초기 비용 부담과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와 유지·보수,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를 포함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차량 구독 모델과 마찬가지로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구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청사진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각종 OTT 구독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차량 구독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편"이라며 "다만 자동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안전 관련 기능이 구독 서비스로 나올 경우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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