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으면 IQ 점수 낮아져” 선행학습 제국:부모 불안 설명서②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를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KBS 1라디오 저출생위기대응특집 4부작 선행학습제국 부모불안설명서
■ 방송 시간 : 1월 18일(일) 14:00~15:00 KBS 1R FM 97.3MHz
■ 진행 : 신성원 아나운서
■ 출연 : 정연경(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아이의 미래를 웩슬러로 예단하지 말자…실제로 우울증 있으면 IQ 검사 낮게 나와”
▷ 신성원 :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사교육 시장에서 뛰어다니고 제법 잘 따라갔지만 어느 순간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일 때 그 한없이 여리고 작은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모든 게 완벽한 육각형 인간을 지향하면서 소중한 둥글둥글함은 잊고 또 잃고 사는 건 아닌지. 부모님들은 왜 이렇게 조바심이 생기는 건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신 정연경 선생님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연경 : 안녕하십니까?
▷ 신성원 : 요즘 부모님들 과열된 선행 학습을 욕하면서도 막상 또 안 하자고 하니까 불안해합니다. 이런 현상 어떻게 보십니까?
▶ 정연경 : 부모님들의 세태를 반영하는 건데요. 요즘 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들의 어떤 모습이나 아니면 미래의 어떤 가능성들에 있어서 1%의 가능성이라도 부정적인 것이 존재한다면 이것들을 다 제거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굉장히 크세요. 이 마음들 뭐 부모라면 누구든 안 그렇겠습니까만 정말이지 요즘은 자녀를 소위 육각형 인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강렬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심해진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바로 이 사회가 불안 사회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SNS 환경입니다. 사회 성장이 둔화되었잖아요. 또 집값을 포함한 물가는 얼마나 올랐습니까? 그러다 보니 내가 현재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고 또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집 한 채 없는 경우가 너무 많고요. 노후 걱정 안 하는 경우 사실 있겠습니까? 그래서 별 부족함이 없는 나도 살기가 이렇게 힘든데 이 아이들 세대는 앞으로 어떨까 싶어서 최대한 진짜 1%도 부족함이 없어야겠다. 그렇게 준비시켜야겠다. 그렇게 완벽한 육각형 완성형이 되도록 오점이 없도록 키워나가야겠다 이런 마음이 발현된 것이 바로 이런 패키지들이 아닌가 해요. 일단 우리 모두 다 SNS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도 우리 동네에 무슨 수학 학원을 알아보고 싶어서 몇 학년 수학 학원 이렇게만 검색하고 나면 한 이틀 뒤만 되면 제 모든 알고리즘은 완전히 대치동 아이들이 수학 공부하는 법, 수학 공부할 때 좋은 시크릿 비법 이런 게 막 마구마구 떠요. 그러면 지금 내가 부모로서 알고 있는 정보나 노력 같은 경우는 아니면 우리 아이의 수준 같은 경우는 굉장히 하찮게 느껴집니다. 나와 내 아이는 도대체 뭘 하고 지금 살고 있는 것인가 싶고 그러면서 이제라도 놓치면 안 되겠다라는 조바심이 듭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연관 검색어를 또 막 쳐요. 그러면 이 알고리즘이라는 올가미 속에 더욱더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죠. 우리가 비교를 하게 되면 잠시 안도할 수는 있지만 보통 안도보다는 불안이 더 많이 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비교가 어떻게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예전에는 우리가 비교를 할 수 있는 대상이 가끔 동창회를 1년에 한 번 한다든가 반상회를 한 달에 한 번 한다든가 이러면 좀 정보 교환이 이루어졌는데 지금 학부모님들 세대는 어떤가요? 24시간 내내 인터넷 SNS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비교도 사실 24시간 할 수 있고 그만큼 결핍도 또 그에 따른 불안도 24시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 신성원 : 웩슬러 풀 배터리 용어도 참 생소합니다만 이런 검사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요. 이 검사 결과가 있어야 입학이 된다든지.
▶ 정연경 : 네, 뭐 그런 것들도 있고 또 이게 잘 나온 어머님들이 막 인터넷에 후기들을 많이 올리세요. 우리 아이가 상위 2%가 나왔는데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여요.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내용들이 쫙 올라오면 누구는 뭐 135에 몇 프로고 누구는 145에 몇 프로고 이런 게 막 나오거든요. 근데 있잖아요. 정상인지 아닌지가 일단 제일 중요하고요. 정상 범위는 135가 아니고 80에서 120이 정상인 게 웩슬러 지능이에요. 그래서 100이 딱 평균입니다. 100이 딱 평균이고요. 아주 좁게 보자면 이제 85에서 115가 정상이거든요. 근데 이 정상 안에서는 조금 크고 낮은 게 아무 차이가 없어요. 아무 차이가 없는 게 마치 이거는 소아과에서 소아과 가면 아이들 키와 몸무게 성장표 나오잖아요. 그럼 이 성장표에 보면 평균이 있는데 좀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는데 낮다고 인생 포기하실 거 아니고 높다고 밥 안 먹이실 거 아니잖아요. 그래서 딱 그런 부분들이에요. 그 안에만 있으면 일단 괜찮은 겁니다. 그래서 그냥 인지 활용 상태를 보여주는 검사다라고 보여주는 것이고 가변성에 있어서 커지기도 낮아지기도 하는 것이 웩슬러 검사라서 정말 키랑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정말 이렇게 좀 오해하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또 용어 중에 하나가 야, 너 IQ 두 자리지? 웩슬러에서의 IQ는 80에서 120이 정상이고 좁게 보면 85에서 115가 정상이기 때문에 100이 딱 평균이라서 반수는 두 자리고 반수는 세 자리예요. 그다음에 우울하고 불안하면 좀 두 자리로 떨어졌다가 기분이 회복되면 다시 올라갈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자리를 나오는 부모님들이 막 얼굴이 흙빛이 되기도 하시고 그러는데 그건 오해에서 비롯된 거다. 그리고 이런 정보들 없이 이렇게 사설 사교육 기관들에서 어머님, 이 친구는 135입니다, 127입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이게 굉장히 우수한 거라든지 아니면 이 정도면 평범하기밖에 안 하구나. 145 안 되네 이러면서 또 낙담하고 이러실 경우가 있는데 이런 기본 개념이 조금 흔들린다는 점에서 더욱더 염려되는 바가 있는 것이 요즘 사교육 시장에서의 웩슬러 활용이에요. 그리고 웩슬러만 좋다고 해서 아이가 잘되기보다는 아이가 잘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잘하거든요. 근데 우리가 잘하려는 마음 언제 생기던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좋아하는 선생님 있으면 잘 보이고 싶어서 아니면 우리 예쁜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그래서 그렇게 되려면 이게 관계성이 좋아야 계속해서 성적이 올라요. 그래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정말 정서가 밑바탕이 돼야 된다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닙니다.
▷ 신성원 : 이게 모르는 얘기는 아닌데 참 쉽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았구나 이런 생각도 또 들고요.
▶ 정연경 : 그리고 웩슬러는 미래 예측 수단이 아니고 현재를 보여주는 어떤 검사일 뿐이다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우리가 아이의 미래를 이 웩슬러라는 검사를 통해서 예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신성원 : 잘 알아두셔야겠습니다. 어릴 때 과도한 사교육 선행학습 의학적으로 볼 때는 어떻습니까?
▶ 정연경 : 이게 초등학교 한 3학년까지 아니면 길게 잡으면 한 6학년 때까지 그때는 넣어주면 넣어주는 대로 쏙쏙 잘 따라오는 편으로 보여집니다. 어린아이의 뇌는 말랑말랑한 순두부 같은 존재라서 습득이 굉장히 빨라요. 그런데 이 뇌세포라는 것이 자극을 준다고 해서 무작정 그 연결성이 강화가 되고 용적이 막 커지고 이러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크기가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세살배기한테 중고등학생처럼 키 크라고 먹을 걸 계속 주면 중고등학생 키가 되나요?
▷ 신성원 : 아니요.
▶ 정연경 : 아니고 비만만 돼요. 비만만 돼요. 그래서 그로 인한 성인병만 앞당기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잖아요. 뇌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어린아이에게 교육을 중고등학생들처럼 계속해서 넣어주면 일단은 받아들여요.
그런데 정말 많은 지식을 흡수해야 될 중고교 시기에 더 이상 들어갈 용적이 남아 있지가 않는 거예요.
▷ 신성원 : 틈이 없어요.
▶ 정연경 : 그러니 성적 향상이 더는 이루어지지 않죠. 어릴 때 사교육을 과도하게 시켜서 겉보기에 어머, 저런 것도 해? 누구는 이렇게 한대 이러는 것들을 도출하는 결과들은 어쩌면 미래에 빼먹어야 할 곶감을 미리 빼먹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SNS만 본다 하더라도 유소아들이 어디 가서 상 받았다, 웩슬러에서 몇 점 받았다, 중등 연산한다 이런 내용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그게 중고등학교 엄마들이 올리는 글들은 굉장히 적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렇습니다. 우리가 노후를 대비하려면 어렸을 때 조금 아껴 써야 되잖아요, 젊을 때. 그것처럼 우리의 뇌도 조금 아껴 쓰는 게 필요합니다.
▷ 신성원 : 너무 확 지금 어릴 때부터 다 쓰면 안 된다.
▶ 정연경 : 안 됩니다.
<인서트>
▷ 신성원 : 방금 들으셨지만 우울증으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정말 많습니다. 현장에 계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 정연경 : 너무 가슴 절절하게도 많이 경험하고 있죠. 우울증이라는 건 쉽게 말해 뇌에 멍이 들어서 자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거예요. 판단력도 떨어지고 활용 자체가 안 됩니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으면 IQ 검사에서 낮게 나오게 돼요. 마치 위염이 생기면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우울증에 걸리면 학습 능력이 떨어집니다. 근데 보통 우리가 어떻게 되냐면 우울증에 걸리면 애들이 조금 위축되고 생활패턴이 좀 안 좋아지고 이러거든요. 그 와중에 이제 머리도 안 돌아가니까 학업 성취도가 더 떨어져요. 근데 그거를 못 알아보시고 너는 왜 이것도 못하냐. 남들은 다 하는 걸 왜 너는 안 되냐 뭐 이렇게 하는 경우가. 예전에는 했잖아 이런 경우들이 많죠. 그러면 애들이, 특히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뇌에 피가 철철 나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그 상태에서도 그냥 꾸역꾸역 해요. 근데 그럼 어떻게 되나요? 흉살이 남죠. 그 흉살이 나중에 진짜로 공부를 해야 될 때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요. 영유아 사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때 좀 우려하는 부분들 아니면 성인기에 우려하는 부분은 일단 유아 사교육을 많이 받는 아이들이 연령에 비해서 굉장히 어릴 때부터 시험에 빨리 노출이 되는 것이잖아요. 시험은 철저히 개인 플레이고 등수가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세상에 경쟁 아닌 것은 없긴 해요. 그렇지만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경쟁보다도 노골적이고 개인적이에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단어 테스트 있고요. 이걸로 스티커 잘 받는 것 같은 보상이 있고 또 수학 학원 다니면 한 달에 한 번씩 총괄평가 있어요. 그러면 그 총괄평가 결과를 토대로 또 좋은 업그레이드된 레벨의 반으로 가는 데 참조가 되기도 하고. 이런 것들에 익숙하게 되면 이 아이들은 친구라는 존재를 정서적 교류 관계를 주고받는 존재이기 이전에 경쟁을 하는 관계로 먼저 인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요, 우리 애 쉬는 시간에 많이 애들이랑 놀아요 이러는데 그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놀기도 합니다만 그때만 한정된 어떤 놀이는 즐거움을 위한 도구적 대상에 불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돼서 친구가 없는 게 꼭 문제라기보다는 사람과의 유대관계가 단단하게 이 골든타임에 형성되지가 못하면 이제 좋을 때는, 삶이 편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살다가 힘들 때 그럴 때 너무나 외로워지고 대처 방안이 잘 떠오르지 않게 되어요. 그리고 아이의 어떤 신체 나이보다 과도한 학습은 반드시 너는 왜 이렇게 못해. 이렇게 해서 되겠어? 이 얘기가 안 나올 수 있겠나요? 4세한테 라이팅을 시키니까 당연히 못하니까 못해라는 말이 생기는데 그러다 보면 이제 아이 머릿속에는 못하면 안 돼, 경쟁에서 지는 건 안 돼 이런 가치관이 꼭꼭 박히게 돼요. 그렇게 경쟁해서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폭발을 할 수가 있는데 그러면 졌을 때의 낙오감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게 열등감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만성적으로는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빨리 형성된 이런 경쟁 의식은 아이의 가치관이 돼 버리거든요. 그래서 평생 살아가는 데 어떤 기준점이 되어 버리는 게 이런 경쟁이고 타인과의 어떤 비교고 이런 씨앗을 물려준다는 것이 굉장히 걱정이 되는 부분인 거죠.
▷ 신성원 : 학업 성적이 좋지 않으면 마음속에 내가 잘못했다, 죄의식 같은 게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정연경 : 당연하죠. 특히나 유소아기에는 아직 자아가 미성숙하잖아요. 그래서 기준은 언제나 부모입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되는 부모가 학습을 신성시하고 성취가 부모의 기대보다 못한 경우 막 실망하시는 모습을 보이고 더 잘하게 하도록 계속해서 다독이거나 혼내거나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는 부모가 그토록 바라는 학업 성취 능력에 대해 오히려 부모보다 더 이상화하게 돼요. 그래서 어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겉으로는 나는 못 해도 돼요. 히히히 이렇게 하고 능청스럽게 웃고는 하더라도 그것이 방어기제일 때도 많습니다.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모가 신성시하는 학업 능력이 본인도 뛰어나기를 바라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자기라든지 아니면 부모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부모가 그간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 너는 노력을 충분히 안 했어. 그렇게 하면 아무도 널 인정해주지 않아 이런 것들이 아이 마음속에 내재화가 되면서 당연히 죄의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신성원 : 어떻게 보면 방어기제로 그걸 견딜 수가 없으니까 오히려 그냥 웃어버리는 그런 상황이군요.
▶ 정연경 : 그럴 수도 있는 거고요.
<인서트>
▷ 신성원 : 앞서 들으셨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시험용 ADHD 약을 처방받으려는 부모들까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 정연경 : 일각에서는 어머님들이 그냥 자기 이름으로 약을 좀 처방을 받는다 가. 그래서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냐면 이 ADHD 약이 집중 잘하는 약, 공부 잘하는 약으로 오인돼서 그래요. 약이라고 하는 건 치료제예요. ADHD 치료제라고요. ADHD가 맞으면 ADHD가 있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올려줍니다. 근데 없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올려줄 이유가 없어요. 마치 내가 변비약을 변비가 아닌데 먹어요. 그럼 설사해요.
▷ 신성원 : 그럼 큰일 나죠.
▶ 정연경 : 큰일 납니다, 아프고. 그런데 이제 변비인 사람이 먹으면 쾌변을 하겠죠. 그게 약이기 때문이거든요. ADHD 치료제도 맞는 애가 먹으면 너무 좋아요. 근데 아닌 애들이 먹으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심장이 뛰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학업 성취도가 더 낮아지기도 하거든요.
▷ 신성원 : 부작용이 심하군요.
▶ 정연경 : 네, 그럴 수 있죠.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산만한 게 ADHD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만약에 막 안 좋은 전화를 받았어. 그럼 어떻게 해요?
▷ 신성원 : 뭐 안절부절못하죠.
▶ 정연경 : 그렇죠. 안절부절못하면서 되게 산만해요. 그때 집중하려고 책 읽으면 책 읽어지나요?
▷ 신성원 : 아니요.
▶ 정연경 :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와요. 그래서 우리가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아니면 강박이 있거나 그러면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데 이때 ADHD 약을 먹잖아요. 그러면 충동성 폭발하고 강박이 훨씬 심해지고 이러면서 학업 성취도가 훨씬 더 훼손될 수가 있고 또 위험해요. 애들 정서가 너무 폭발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제대로 된 전문의와의 진단 없이 ADHD 약을 오인하실 필요가 전혀 일절 없습니다.
▷ 신성원 : 네, 오히려 아이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남길 수 있다. 꼭 기억하셔야겠습니다.
<인서트>
▷ 신성원 : 앞서 들으셨지만 IMF 시기에 학령기를 보냈던 세대가 지금은 학부모가 된 거죠. 1980년대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이분들은 이런 경쟁 지향적인 사회에서 최소한의 경제적인 안정을 아이에게 줘야 된다 이런 불안 의식이 있기도 하고요.
▶ 정연경 : 그럼요. 요즘 증시 활황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인터넷에서는 아니면 옆에서도 어디 나 수익률 몇 퍼센트 났다 이런 인증 글들이 수없이 올라와요. 그럼 밑에 리플만 봐도 그렇고 내 마음속에서도 그렇고 나는 지금껏 뭐 하고 살았나? 정보도 모르고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진짜 망하는 거 아니야? 이런 불안감 막 들어요.
▷ 신성원 : 나만 뒤처질까 봐.
▶ 정연경 : 그런데 이게 내가 나약해서 생기는 문제도 아니고 그리고 이게 만약에 내 문제가 아닌 우리 아이와 관련된 문제라면 그 불안의 크기는 훨씬 더 커집니다. 우리가 인터넷 안 봐도 TV 예능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유명인들의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도 너무 잘하고 각종 예체능 수업에 영재로 판명도 받고 이러는 걸 보다 보면 어머, 지금 나만 쓸데없이 하루에 두 시간씩 놀이터 놀이 시키나? 그리고 우리 아이 지금 이래도 괜찮나? 내가 쓸데없는 이 개똥철학 때문에 우리 아이를 망치고 있지 않아? 내가 너무 게으른 나머지 정보가 없어서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불안감이 생기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 바보 아니잖아요. 옆집 엄마도 바보 아니고요. 학군지 엄마, 아빠들도 바보 아니에요. 근데 막 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나 혼자 바보인가? 이런 생각이 좀 들 수가 있어요.
▷ 신성원 : 오히려.
▶ 정연경 : 그리고 내가 소신을 가지고 애들을 이런 사교육 시장에 어릴 때부터 막 넣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래가지고 잘 살고 있는데 옆집 아이가 엘리베이터에서 엄마랑 영어로 대화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어머, 잠시만. 나만 안 보내서 이렇게 우리 아이가 처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맘셰임’이라는 용어 요즘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 맘셰임이라는 용어는 좋은 엄마라면 반드시 이러이러해야 돼라는 기준점을 가지고 다른 엄마들의 어떤 선택이나 양육 방식을 비난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SNS를 통해서 스스로의 부모 됨을 깎아내리는 셀프 맘셰임이 요즘 엄마들의 많은 화두라고 합니다. 근데 이 맘셰임이 좀 더 파이팅 넘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수치심은 불안을 낳고 이는 아이에 대한 그릇된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조금 조심이 필요한 마음의 부분인 거죠.
▷ 신성원 : 그런데 사교육 시장이 전체적으로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방향은 좀 끊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데 또 이게 비난만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잖아요.
▶ 정연경 : 그럼요. 멀리서 보면 사교육 시장의 어떤 호객 행위에 부모들만 호갱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지만 막상 이 안에 들어오게 되면 다들 바보라서 그런 선택하는 거 아니거든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믿음이 지금 불확실하죠. 연기금이 어떻다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또 천정부지로 치솟는 어떤 집값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아이의 실력만이 살 길이다라는 생각이 분명히 드는데 어떻게 실력을 쌓아줘야 될지를 모르겠으니까 뭐라도 교육을 시켜보자는 마음이 들기도 하죠. 또 개인적으로 제 얘기를 좀 드려볼까 해요. 저는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 없이 워킹맘으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면 학원은 정말로 아이들의 보육 수단입니다. 그중에서도 만약 어떤 학원이 오래 봐주고 또 그러면서도 관리가 철저하다면 저는 그 학원이 제게는 구세주가 따로 없어요. 애는 학원에 오래 있어요. 그리고 안 오고 이러면 막 문자 재깍재깍 오고 그래요. 그래서 저는 밤늦게까지 마음 놓고 일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거예요.
▷ 신성원 : 그런 측면도 있는 거죠.
▶ 정연경 : 그렇죠. 그리고 워킹맘들 중에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이유가 영어 유치원의 긴 교육 시간과 짧은 방학을 이유로 들 때가 있어요. 근데 그것 때문에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유치원을 보내면 어때요? 엄마들과의 모임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그곳에서 단톡방이라든지 아니면 대화상에서 우리 OO학원 좋다는데 다 같이 한번 시험 쳐보지 않을래요? 같이 끝나고 다 같이 셔틀 타고 가지 않을래요? 이런 제안들이 분명히 올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내 교육 철학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 막 다 같이 그냥 보내기도 하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을 비단 부모의 맹목적인 욕망 덩어리로 굴러가는 존재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 원인을 다각도로 관찰해 보는 것이 과도한 선행과 사교육으로 멍드는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신성원 : 소아정신의학과 전문의 정연경 선생님과 함께 오늘 말씀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연경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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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 (siw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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