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대형 베이커리카페 차려 수백억 탈세 정황..국세청, 칼 빼든다

김지섭 기자 2026. 1.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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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실태 조사에 들어간다. 상속세 회피 또는 편법 증여 경로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 근교 넓은 땅에 베이커리 카페를 차려 10년만 운영하면 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간 대형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는 말이 많았다. 국세청 조사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국세청은 25일 “자산 규모가 큰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확인하겠다”며 “가업 상속 공제 제도가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야외 카페의 테이블과 휴식공간.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300억 땅 물려줘도 세금 0원

국세청이 문제삼은 가업 상속 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를 이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부모가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뒤 자녀에게 물려주면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깎아준다.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 설명에 따르면, 서울 근교 300억원짜리 땅을 외동 자녀에게 그냥 물려주면 상속세로 136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땅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개업해 10년간 운영한 뒤 상속하고, 자녀가 이를 5년만 유지하면 가업 상속 공제 300억원이 적용돼 상속세가 0원이 된다.

여기엔 ‘꼼수’가 숨어 있다. 커피 전문점은 가업 상속 공제 대상이 아니지만, 베이커리 카페(제과점업)는 공제 대상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이 점을 노려 형식적으로만 빵을 파는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며 실질적으로는 부동산 투기와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이 최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면적 100평(약 330㎡) 이상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2024년 말 기준 137곳으로, 2014년(27곳)의 5배 정도로 늘었다.

국세청 전경. (국세청 제공) /뉴스1

◇실제론 커피집인데 ‘제과점’ 둔갑

국세청이 이미 파악한 편법 사례는 다양하다. 경기도 한 베이커리 카페는 제과점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실제로는 소량의 완제품 케이크를 매입했다. 제과 매대도 카운터 옆 소규모 냉장고가 전부였다. 실제로는 커피 전문점인데 베이커리 카페로 위장 등록한 셈이다.

부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른 베이커리 카페는 건물 면적이 60여 평인데 부수 토지가 500여 평에 달했다. 수목원처럼 넓은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문제는 이 토지 안에 부부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있다는 점이다. 사업용 자산이 아닌 주택 부수 토지를 사업장으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국세청 판단이다.

70대 A씨는 수십 년간 실내 골프 연습장을 운영해온 사업자다. A씨는 2024년 본인 소유 건물에 200평 규모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개업했다. 40대 자녀 B씨는 카페 개업 직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고 현재 소득이 없다. 다른 곳에서 사업하는 고령의 아버지가 실제 사업주인지, 아니면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한 준비 작업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일한 경력이 전혀 없는 80세 어머니와 자녀 2명이 공동 대표이사로 등기하고 베이커리 카페 법인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80세 어머니가 법인을 실제로 경영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는 세금 추징을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라 제도 악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별도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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