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국주의 ‘공창’ 부활하나…다카이치 정부, 군수 공장 국유화 검토

일본 정부와 여당이 자위대 군수물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군수공장 국유화 방안을 국가 방위 계획의 뼈대인 ‘안보 3문서’에 포함시키기 위해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들어 태평양 전쟁 패전 뒤 일본 정부가 유지해온 ‘평화 주의’를 노골적으로 거스르는 흐름이 군수 분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당·정 주요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비상시 자위대가 장기간 전투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탄약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군수공장을 국유화해 민간 기업에 위탁 생산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방위성이 이미 관련 기업과 협의를 시작했으며 이에 따른 방위 산업 재편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보 3문서’를 개정하는 과정에 이런 방침을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안보 3문서는 ‘국가안전보장 전략’ ‘국가 방위전략’ ‘방위 정비계획’으로 약 10년 동안의 일본 방위 기본 계획을 담은 문서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정부 소유-민간 운영(Government Owned, Contractor Operated) 방식 채택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쟁 때까지 과거 일본군 육·해군 직할 군영 군수공장을 ‘공창’이라고 불렀는데, 당시 방식을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 진다. 원래 공창은 메이지 정부 시절이던 1870년 당시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던 무기에 의존하는 대신 ‘무기 독립’이란 기치를 걸고 일본 자체 무기 제조 담당 관청을 설치한 게 시초가 됐다. 이후 일본 옛 육군이 도쿄·오사카·나고야 등에 공창을 설치했고, 해군은 요코스카·사세보·마이즈루 등에 대규모 국영 무기 제조 시설을 만들었다. 1945년 태평양 전쟁 패전 뒤 연합국군 총사령부(GHQ)의 지시에 따라 공창이 해체됐다.
이후 일본 정부가 평화주의에 근거해 무기의 해외수출을 제한하면서 민간 군수기업들의 판로가 사실상 자위대로 한정됐고, 특히 2003년 이후 100개 이상 민간 기업이 관련 사업에 철수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탄약 부족으로 전쟁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에서도 자국의 군수 생산 능력에 우려가 확산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자민당 안보조사회가 이미 정부에 방위력 강화 정책으로 ‘국영 공창의 도입’이란 문구를 포함해 국영 군수공장 도입을 제안했다. 당시 A4용지 10장 정도로 정리된 정책 제안에는 군수 분야에서는 “기업 단독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국영 공창 도입 등 전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다”며 일본산 군수 물자 생산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구체적인 품목에 관한 내용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핵심 전투 소모품인 탄약을 비롯해 군사용 중장비 부품 등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의 제안 형식으로 ‘국영 공창’ 제도 도입이 거론되자 당시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정부 차원에서) 방위성이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여당에서) 분명히 넣어줬다. 참고로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2023년 6월 방위생산기반강화법이 만들어지면서 사업 지속이 어려운 민간 군수 생산 시설을 취득·보유해 관리·운영은 민간에 위탁하는 ‘정부 소유-민간 운영’의 법적 기반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다.
일본 정치권의 보수 우경화가 심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영 공창’을 부활하려는 조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카이치 정부와 자민당이 추진하는 군수 분야에서 ‘정부 소유-민간 운영’ 방식 도입이 일본의 무기 제조와 관련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도 아키히로 오사카세이케이대 교수(안보정책)는 아사히신문에 “일본에선 1960년대 이후 전후 평화주의가 확산되면서 정부가 군사 관련 분야에 직접 개입을 피했기 때문에 공창 부활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일본이라는 국가가 (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뒤)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논의없이 ‘평화 국가’로서의 간판을 내리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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