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슬퍼하는가…마음 가난한 그들과 현대인 오버랩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의 미술思 45편
귀스타브 쿠르베 ‘오르낭의 매장’
평범한 장례식 그림의 함의
약해진 공동체 의식 꼬집어
현대인 고립과 묘하게 겹쳐
![귀스타브 쿠르베, 오르낭의 매장, 1850년, 캔버스에 유화, 668×315㎝, 오르세미술관, 파리.[그림 | 위키백과]](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5/thescoop1/20260125113956296ttfe.jpg)
부고訃告 소식을 접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귀스티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년)가 고향 오르낭(Ornans) 출신 친구 맥스 부숑(Max Buchon·1818~1869년)의 장례식을 그림으로 남긴 '오르낭의 매장'이다.
쿠르베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다. 사실주의는 낭만주의와 계몽주의가 함께하던 시기에 등장했다. 그림에서 사실주의는 표현의 묘사뿐만 아니라 현장의 느낌을 건조하고 리얼하게 담아낸다. 낭만주의의 정의도 그렇다. 로맨틱보다 새로운 그림의 방향을 모색하는 사조思潮다. 또한 계몽적 내용을 함께 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그림은 프랑스 혁명과 산업화에 따른 과학의 발전, 도시화, 빈부 격차, 그리고 문화적 가치관의 혼란을 담고 있다. 이때의 음악도 고전주의가 중요시하던 형식을 넘어 새롭고 다양한 구성과 표현의 변화를 추구한다.
이쯤에서 쿠르베의 그림 '오르낭의 매장'을 살펴보자. 우선 작품의 크기가 엄청나다. 가로 668㎝ 세로 315㎝에 달한다. 이미 쿠르베는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던 작품 '화가의 화실'로 대작을 그려 주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두 작품은 모두 당시 그림 사조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실적 묘사로 그린 그림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현실적 사회문제와 작가의 함의含意를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계몽적 의미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의식을 담고 있다.
그림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그림은 대작답게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성직자는 장례 의식을 진행하며 성경을 펼치고 있다. 인부는 잠시 손을 멈추고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그저 평범한 장례식이다. 하지만 쿠르베가 그림에 담은 함의를 이해 하려면 조금 더 주의 깊게 그림을 봐야 한다.
성직자 주변부터 보자. 뒤편에 성수통을 들고 있는 어린이가 보인다. 그 옆에 또 다른 아이도 집중하지 않고 있다. 십자가를 든 사람도 다른 쪽을 보고 있고 붉은 복장의 사람들도 검은 옷을 입고 슬퍼하는 가족과 친지, 그들 중 누구도 집중하지 않는다.
이 장례식에 고인의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다들 자기중심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강아지조차 딴 곳을 보며 시선을 분산시킨다. 바로 이 상황을 쿠르베가 그림으로 담아냈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자신들의 관심사를 가득 안고 참석한 집단들이다.
![외젠 들라크루아, 공동묘지의 고아 소녀. [그림 | 위키백과]](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5/thescoop1/20260125113957639wscd.jpg)
또 다른 사실주의 작품을 한점 더 보자. 같은 시기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년)의 '공동묘지의 고아 소녀'다. 제목부터 가련하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공동묘지에서 넋이 나간 듯 황당해 보이는 소녀는 무엇을 봤을까.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없는 고아 소녀는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외젠 들라크루아는 프랑스 혁명을 다룬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화가다. 그가 본 국가의 미래와 고아 소녀가 본 개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19세기 어지러운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함께 고뇌하는 화가들의 작품에서 오늘을 되돌아본다.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가 필요한 계절이다. 작은 온기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을 생각해 본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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