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상륙 10년…K-열풍 1등 공신이자 생태계 포식자

“만약 10년 전 이 자리에서 누군가 ‘앞으로 10년 후에는 한국이 만드는 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의 중심이 되고, 한국의 드라마와 예능, 영화가 전세계 넷플릭스 톱10 리스트를 매주 점령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사람들은 ‘꿈 같은 소리’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지난 21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 행사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부사장(VP)은 지난 10년간 넷플릭스가 이룬 성과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10년이 흐른 지금, ‘꿈 같은 소리’라며 고개를 저었을 일들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강 부사장의 말처럼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 업계에 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넷플릭스가 불러온 바람은 국내 콘텐츠 업계에 여러 균열도 남겼다.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만 해도 그 영향력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2021년 영화 ‘제8일의 밤’과 ‘킹덤: 아신전’이 처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순위에 진입하며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순위에 32주간 머물렀고 9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의 진출 이후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인정받으면서 이는 역으로 국내 구독자의 확산을 불러왔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지난 5년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품은 총 210편이나 된다. 시리즈로는 ‘폭싹 속았수다’(2025), ‘더 글로리’(2022)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등이 있고 예능으로는 ‘흑백요리사 1·2’(2024·2025)와 ‘피지컬 100’(2023), 영화로는 ‘길복순’(2023) 등이 글로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2025)는 한국 제작사가 아닌 소니 픽처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한국 콘텐츠를 넘어 전통문화까지 글로벌한 인기를 끌어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원래도 콘텐츠를 잘 만드는 국가였지만 동아시아에 갇혀 있던 한류를 전세계적으로 확장시켰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가진 소프트 파워나 상징 자본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넷플릭스라는 기업이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위 ‘국내용’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채널에서 시청률이 아쉬우면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재평가를 받을 기회가 생겼다. 한국적인 소재가 글로벌 트렌드와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창구가 넷플릭스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만큼 국내 콘텐츠 업계에 가져온 그림자도 짙다. 가장 우려를 사는 것은 넷플릭스의 독주로 국내 토종 오티티(OTT)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와이즈앱·리테일에서 분석한 지난해 6월 기준 오티티 앱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1393만명의 사용자로 4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쿠팡플레이가 21%(732만명), 티빙이 17%(573만명), 웨이브 7%(253만명), 디즈니플러스 6%(190만명)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넷플릭스로 쏠리고 넷플릭스는 양질의 콘텐츠와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또 한번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국내 오티티 업계 관계자는 “자본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바탕으로 제작사, 콘텐츠 수급 과정에서 글로벌 오티티가 우선순위를 선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국내 오티티는 동일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유통이 특정 글로벌 플랫폼으로 쏠릴수록 장기적으로는 국내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넷플릭스가 아이피(IP·지적재산권)를 보유하는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국내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소위 ‘대박’이 났을 때 제작사가 가져가는 추가 수익이나 아이피 권리 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숙제”라며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넷플릭스 자본에 의존하는 순간, 제작사는 정당한 아이피 권리나 부가 수익에서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진출 이후 배우들의 몸값이 치솟고 이런 흐름이 콘텐츠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체적인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제작 여건이 어려워지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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