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이러려고 7000억 썼나 [미지답 칼럼]

박은성 2026. 1.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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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새해를 맞아 수년 전 시민단체가 내놓았던 논평이 문득 떠올랐다.

5년이 흐른 지금 레고랜드는 불명예를 벗었을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레고랜드는 떠올리기 싫은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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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계약 논란 춘천 레고랜드
개장 3년 넘도록 SPC 수익 '0원'
5년 넘게 징비행정 멍에 못 벗어
편집자주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강원 춘천시 하중도에 자리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춘천=연합뉴스

새해를 맞아 수년 전 시민단체가 내놓았던 논평이 문득 떠올랐다. 조선 중기 문신 서애(西厓) 류성룡(1542~1607)의 징비록(懲毖錄)을 재치 있게 패러디한 징비행정 리스트. 치욕스러운 임진왜란(1592~1598)을 돌아본 재상의 복기(復碁)처럼 새해에는 절대 되풀이해선 안 될 행정 실패와 혈세 낭비를 지적했다.

당시 가장 따끔한 회초리를 맞은 건 강원도가 10년 넘게 추진하던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일대 개발 사업이었다. 100만㎡(약 30만2,500평)가 넘는 도유지를 해외 업체에 최대 100년간 공짜로 내주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익률 축소 및 누락 논란, 시행사 비리, 이름만 바꿔 착공식을 세 번 여는 눈속임마저 벌였기에 비판을 받는 건 당연했다.

5년이 흐른 지금 레고랜드는 불명예를 벗었을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칭찬할 게 전혀 없다. 7,000억 원 가까운 혈세를 쏟아부은 테마파크가 개장한 지 3년이 넘은 지난해까지도 강원도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은 단 한 푼의 수익도 거둬들이지 못했다. 되레 지적 정리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테마파크 인근 상업부지 개발에 나서다 3,000억 원대 빚더미에 올랐다.

연간 200만 명이 온다던 관광객 유치도 기대 이하라고 한다. 지역상권이 테마파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춘천시민과 캠핑 마니아의 안식처였던 낭만의 섬 중도를 파헤친 대가는 이렇게 크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레고랜드는 떠올리기 싫은 단어다. 한쪽은 불공정 계약 논란에도 장밋빛 전망을 무리하게 띄우다 빚더미에 앉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 다른 한쪽은 이를 수습 하려다 채권시장을 들썩이게 한 책임이 있다.

이쯤 되니 떠오르는 또 하나의 흑역사.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며 강원도가 무려 혈세 1조6,000억 원을 쏟아부은 대관령 알펜시아 리조트다. 2021년 가까스로 매각에 성공했으나 1조 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둘은 아주 많이 닮았다. 부지를 확보하기 쉬운 도유지에 일을 벌였고 집행부를 비롯한 몇몇의 바람에 불과한 수천억 원대 경제효과를 띄우기 급급했다. 지방의원들은 경제성 검증을 비롯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렸다. 같은 당 소속 도지사의 '거수기'를 자처한 이들로 인해 지방의회 무용론이 불거진 건 또 다른 오점이다. 처참한 실패가 예견되자 "적법한 행정절차를 특혜로 왜곡한 언론이 형편없는 상품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변명 또한 아주 비슷했다. 명백한 시스템 에러였는데도 말이다.

수천억 원의 혈세와 도민의 자산에 대한 무게를 가벼이 여겼음에도 지금까지 사과는 없다. 그사이 또 다른 혈세와 행정력이 무리하게 벌인 사업 뒤처리를 위해 낭비되고 있다. 악순환이다. 행정에 대한 신뢰 또한 추락했다. 이러니 징비행정이란 소릴 듣는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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