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아버지의 품안을 떠나던 날

김의화 2026. 1. 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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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시인

동생이 태어나기 전

내 잠자리는 엄마와 아버지 사이

동생이 태어나서는

동생은 엄마 차지 나는 아버지 차지

아버진 키도 크고 가슴도 넓으신 분

엄마 품보다 든든하고 푸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부터는 언니와 함께 자거라

갑작스러운 이별이 나를 못 견디게 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날 밤

초등학생 언니와 함께 자면서

나는 큰 것을 잃은 듯

커다란 슬픔과 절망의 맛을 알았다

언니는 나에게 의지가 되지 않았다

언니도 어리니까

언니 옆에 누워 서럽고 서운해

내내 울었다

언니가 알까 봐 소리도 죽이고 몰래

이제는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아버지의 품 안

다른 집으로 팔려가 어미 떨어진 강아지처럼 그날밤 한없이 울었다

소리 없이 내 눈물은 벼갯 속까지 파고들어

흠뻑 젖은 물 방망이가 되었다

권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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