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어도 느껴지는 온기…이 그림을 보면 그냥 집에 온 느낌이야
디지털·회화 경계서 만난 ‘하루의 온도’

헤일리 티프먼(1995년생)은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현재 독일 올덴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며 디지털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재학 중 뉴욕 타임스의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을 접한 경험을 계기로 일러스트레이션을 자신의 주요 작업 영역으로 선택하게 되었죠.
전시회에 입장하자마자 들려오는 차분한 피아노 선율이 꽁꽁 얼어 있던 손과 마음까지 녹여주는 듯합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욕실’이에요. 작가는 평상시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에 상상력을 더해 복합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장면을 그려냅니다.
욕실이라는 친숙한 장소 안에 어딘가 어색한 화분과 독특한 문양의 거울이 놓여 있죠. 거울에 비친 풍경마저 작가의 상상 속 장면처럼 노을 진 하늘과 구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공간과 사물의 이색적인 조합이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완성하죠.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부드러운 색조와 절제된 채도 그리고 빛과 그림자의 흐름이 인상적입니다. 첫 번째 섹션의 정물화에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지만, 어쩐지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느낌을 줘요. 빈방에는 스탠드 불이 켜져 있고, 책과 볼펜은 널브러져 있으며, 접시에는 음식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정물화를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단순한 사물이나 빈 곳이 아니라 잔향처럼 감정이 남아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해요. 그 덕분에 관객은 ‘막 집에 돌아온 그 순간’을 보며 인물이 없어도 생동감을 느낄 수 있죠.
또한 ‘턴테이블이 있는 로프트’에서는 해 질 녘의 핑크빛 하늘과 연두색 의자, 초록색 담요가 어우러져 모든 사물이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듯한 장면이 연출되어요. 이 역시 작가가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한 온도와 맞닿아 있죠.

코너를 돌면 트램과 버스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이어져요. 작가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들을 스케치하던 순간들이 작품으로 재현됩니다. ‘브레멘 트램 Ⅱ, 2025’ 속 두 인물은 어떤 관계로 보이나요? 작가는 두 캐릭터를 그릴 당시 분명 친한 사이일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역에서 내린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귀여운 일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회화 작품과 함께 아이패드 드로잉 과정을 담은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마련된 스탬프 투어를 완성하면 헤일리 티프먼의 작품이 그려진 엽서를 받을 수 있어요. 관람 후에는 카페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매주 수·금·토요일에는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시를 감상한 이강민 학생은 “‘욕실’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개성 있는 형태의 거울이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주더라고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전시를 추천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조용한 감정의 결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배윤경 기자·윤성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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