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막 앞둔 제주비엔날레…준비 기간은 고작 '6개월'

김수환 기자 2026. 1.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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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제' 비엔날레 원칙과 다른 제주 운영 구조
임시 사무국 구성 반복 전문성·노하우 축적 한계
직전해 말 예산 편성 구조·상설 조직 부재 영향
제주도립미술관장 "지속 가능 구조 공론화 필요"
[제주=뉴시스]제4회 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 전시 전경. (사진=제주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오는 8월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비엔날레는 통상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전제로 하는 대규모 전시를 말한다. 하지만 제주비엔날레는 예산 확보와 운영 구조의 제약으로 인해 사실상 매번 준비 기간이 반년 남짓에 그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역시 전체 콘셉트와 방향성만 제시된 상황으로, 1월 현재까지 참여 작가가 확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준비 기간은 6개월 안팎으로 추산된다. '비엔날레'라는 이름과는 다른 시간표로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가 재차 드러난 셈이다.

비엔날레 '격년' 원칙 vs 제주 '임시 사무국' 구조 반복

국제 비엔날레는 격년제를 기본으로 삼는다. 한 회차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회차를 준비하는 구조다. 전담 조직과 예술감독 체계, 장기적 예산 운용을 통해 기획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축적한다.

반면 제주비엔날레는 이와 다른 궤적을 반복하고 있다. 행사 개최 이후 1년가량은 사실상 공백기로 지나가고 행사 예산이 확정되는 직전해 말부터 준비가 시작된다.

행정의 예산 편성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결과 제주비엔날레의 준비 기간은 길어야 8개월, 경우에 따라 반년 수준에 머문다.

제주비엔날레의 실질적 운영을 맡는 사무국 역시 매 회차 새로 꾸려진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행사지만 상설화된 비엔날레 전담 조직은 없고, 행사 때마다 임시 사무국을 구성해 예술감독과 대행사를 용역 계약으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또 제주비엔날레를 총괄하는 도립미술관장의 임기는 2년으로, 비엔날레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에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가 실제 갈등으로 표출됐다. 당시 제2회 제주비엔날레에서는 예술감독의 권한 범위를 둘러싸고 미술관과 갈등이 불거지며 내홍을 겪었다. 일반적인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 계약 방식에서 비롯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다.

[제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는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전담 운영을 맡고 있다. 사진은 광주비엔날레 건물 전경. (사진=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캡처) 2026.0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담 재단·조직 부재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

타지역 비엔날레와의 구조적 차이는 운영 주체에서 두드러진다. 광주비엔날레는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가 전담 운영을 맡고 있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남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한다.

두 기관 모두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인력과 예산, 국제 네트워크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다.

반면 제주의 경우 도립미술관이 전시·수집·보존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비엔날레라는 대형 국제 행사를 총괄하는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역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비엔날레 운영 업무를 이관하는 데에는 여러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산 규모에도 격차를 보인다. 올해 제주비엔날레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20억원으로, 2023년 46억원이 투입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와 100억원 내외가 투입되는 광주비엔날레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기업 후원과 민간 협력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주 지역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후원 기반과 국제 네트워크를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면서 행사 외연 확장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제주=뉴시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전남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한다. 사진은 전남문화예술재단 조직도. (사진=전남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 캡처) 2026.0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속 가능 구조 논의 필요" 현장 문제인식·과제

현장에서도 제주비엔날레의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비엔날레가 지역에 뿌리내린 국제 행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회차의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올해 비엔날레를 준비 중인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주비엔날레 평가회 등 자리에서 제주도, 도의회 관계자들과 미술인이 모여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논의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 임용된 이종후 관장은 4·3미술제 예술감독과 제주국제아트페어&페스티벌 총감독, 제주미술제 총감독, 아트페스타 인 제주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2024년에는 제4회 제주비엔날레 개최 당시 직접 총감독을 맡아 행사를 이끌었다. 지난해 말 한차례 임기가 연장됐다.

이 관장은 "베니스 비엔날레는 주제관은 작지만, 도시 전반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관광과 연결된다"며 "제주 역시 지역 특성을 살린 방식으로 충분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30년 역사를 지닌 광주비엔날레 역시 초창기 여러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릴 때부터 비엔날레를 보고 자란 이른바 '비엔날레 키즈'가 지역 미술계를 주도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엔날레 운영을 안정시킨다면 관광·산업적 측면에서도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준비기간의 제약, 전담조직 부재, 불안정한 계약 구조가 반복되는 한 제주비엔날레만의 정체성을 쌓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인 정책 판단과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ted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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