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장사론 큰 돈 못 벌어”…맥도널드 제국, 임대료로 배 채운다 [Book]
美 청년사업가 레이 크록
주담대로 사업 밑천 마련
결국 맥도날드 인수해 성공
수입 40%는 점주 임대료
고대 시대부터 日버블까지
방대한 부동산 권력史 추적

그런데 속출하는 집값 급등에 앞서 더욱 본질적인 질문이 하나 있다. 집과 토지는 왜 항상 자본주의의 핵심이었을까. 달리 말해 땅은 어떤 연유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담보로 기능하는 걸까. 부(富)와 권력을 재편하는 부동산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사유를 품게 하는 책이 출간됐다.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활동했던 저널리스트 마이크 버드의 신간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다. 부동산의 구조적 역사를 추적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고대 바빌론에 ‘문나비투’란 인물이 있었다. 하인 출신으로, 역사에 기억될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3200년이 지난 지금 문나비투가 언급되는 이유는 20세기 초 발견된 한 장의 석판 때문이다. 석판에 따르면 문나비투는 1제곱마일에 달하는 토지 소유주였고 땅 문제로 분쟁을 겪기도 했다. 고대에서도 토지는 권력에 가까웠고, 갈망의 대상이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문나비투 석판은 알려준다.
토지가 욕망의 대상이었던 이유는 나랏님께 바칠 세금이 곡물로 수납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토지는 세 가지 속성을 지녔다. 첫째, 새로 만들어낼 수 없다. 둘째, 이동이 불가능하다. 붐비는 지역의 땅값이 아무리 올라도 값싼 지역의 토지를 이동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토지의 가장 중요한 세 번째 특성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감가상각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건물은 낡더라도 그 건물이 디딘 토지의 가치는 그대로거나 우상향한다.
세 조건이 합쳐진 결과 토지의 가치는 520조달러어치의 세계 실물자산 중 35%의 비중을 차지하며,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가치를 합친 것의 두 배에 이른다.
토지를 둘러싼 갈등은 인류의 역사를 추동했는데, 현대에선 이란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원인을 팔레비 왕조의 토지 재분배 사업에서 찾는다. 팔레비 국왕이 추진한 토지 개혁은, 부유한 지주 가문 출신 성직자의 반발을 불러왔다. 재분배 사업 후에도 토지 소유에서 제외된 소작농들, 분배받은 토지 면적이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치 않았던 자영농이 이란 왕정을 무너뜨리는 보병대 앞줄에 섰다고 책은 기록한다.
반면 토지와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은 세계적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했다. 청년 사업가 레이 크로크는 주택담보대출을 일으켜 6만8000달러로 ‘멀티믹서’란 식음료 장비의 독점 유통권을 사들였다. 이는 밀크셰이크 여섯 잔을 한 번에 만드는 기계로, 맥도날드 매장에 납품됐다. 그 후 크로크는 아예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를 사들여 거물로 성장했다. 맥도날드의 임대료 수입은 전체의 40%로, 빅맥과 해피밀로 벌어들인 수익을 넘어선다. “햄버거 비즈니스는 사실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란 농담을 남긴 크로크의 비즈니스는 주택담보대출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하게 살핀다. 토지는 양날의 검이란 것을.
우선 토지와 돈이 얽히면서 공고한 권력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땅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평등이 심화됐고, 가격이 내려가면 신용이 순식간에 증발해 금융위기와 같은 재앙이 찾아왔다는 것. 저자는 토지와 금융이 얽힌 상황을 ‘토지의 덫(The Land Trap)’이라 명명한다. 토지의 덫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과도 연계된다.
일본은 ‘토지의 덫’에 빠진 대표적인 나라다. 저금리와 금융완화 속에서 도쿄 땅값은 1987년 1㎡당 400만엔으로 당시 런던 땅값의 40배였다. ‘도쿄를 팔면 미국 땅을 전부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거품 붕괴로 토지로 쌓아올린 신용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엄청난 부는 소수에게만 집중됐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토지의 덫’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을 성장 엔진으로 삼았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토지와 부동산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고, 그 밖에 분야는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돼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약속 없이 한통속으로 벌인 폰지게임은 거품의 ‘결과물’이며, 중국 정부까지도 그 게임에 뛰어들었는데 이 통제력은 시험에 직면할 것이며 집값이 초래한 결과는 고통을 안길 것이란 서늘한 진단도 함께 내린다.
한국에 대해 이 책은 “아직 재앙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과열로 주택을 이미 소유한 사람과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청년층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주거 비용이 극단적으로 올라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출생률이 더 거세게 끌어내려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지역 간 주택 가격의 극단적인 격차로 인한 문제를 발견하면서 한국이 ‘토지의 덫’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질문한다. 원제 ‘The Land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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