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저씨 보니 든든” 덴마크軍 함정 공개 행사에 그린란드 주민 5000명 몰렸다

24일 그린란드 누크항에 정박한 덴마크 해군 호위함 HDMS 베데렌(Vædderen·F359)호. 덴마크 해군이 이날 그린란드 주민을 상대로 함정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자, 그린란드 전체 주민(5만6000여명)의 10%인 5000여명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함정 곳곳을 둘러본 이들은 “군인들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다”며 “세계가 우려하는 미국과의 군사 충돌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 해군은 이날 취재진을 비롯한 방문객 전원에게 별도 신원 확인 등 절차 없이 베데렌호를 공개했다. 조타실부터 갑판, 격납고에 이르기까지 함정의 주요 시설을 통제 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조타실의 해도와 항해기기를 신기하다는 듯 만져보거나 의자에 앉아봤고, 전투복 차림의 덴마크 군인들은 미소 띤 얼굴로 이들을 안내했다.

‘최근 미국과의 군사 긴장 고조 때문에 개최한 행사냐’는 질문에 덴마크 해군 관계자는 “주말에 교회에 가거나 운동 경기에 참여하듯 정기적으로 주민을 상대로 여는 행사”라고 했다. ‘미군이 만일 그린란드를 공격한다면 덴마크군은 그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느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웃으면서 “그런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1992년 취역한 3500t급 호위함 HDMS 베데렌호는 그린란드 주변 해역을 순찰하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의 감시 활동을 주 임무로 한다. 2년에 한 번 미국·영국·캐나다 해군과 실시하는 대잠수함 훈련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이날 함정 격납고와 갑판 곳곳엔 각종 군용 피복을 비롯, 전투·생존 장비, 개썰매와 야전텐트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어린이들이 신나서 갑판을 뛰어다니거나 개썰매에 앉고, 텐트 속에 들어가 눕는 모습도 보였다. 군인과 주민들은 다과를 함께 먹으며 ‘홈파티’를 하듯 갑판 이곳저곳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군인과 전투 장비들을 실제 보니 든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닐스 안데르센(19)은 “덴마크 해군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우리 군인들을 믿는다”고 했다. 수산네 드뤼에(65)는 “미국에 대해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많은 사람이 화가 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미국이 우릴 공격할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덴마크군은 “정례 민간 공개 행사”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병력을 파견하고 인근 해역의 감시·순찰을 강화하는 등 군사 활동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이날 함정 주민 공개 행사 역시 민심을 다독이고,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민·군 차원에서 굳게 단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전날 누크를 ‘깜짝 방문’해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났다. 한 그린란드 주민은 두 지도자가 함께 시내를 걸으며 주민을 만난 데 대해 “덴마크 본국이 우릴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며 “다만 미국이 워낙 강력한 나라고,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긴 이른 것 같다”고 했다.

프레데릭센은 이날 누크에서 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우리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그린란드 주민에게 우리의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왔다”며 방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덴마크 공영방송 D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통제 야심에서 비롯된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향후 그린란드와 함께 외교적·정치적 해법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지색 점퍼 차림의 프레데릭센은 이날 닐센과 눈 덮인 누크 시내를 나란히 걸으며 시민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이들은 누크의 유치원, 어시장 등에도 함께 방문해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인들과 소통하며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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