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일찍 다닐수록 자주 아픈 이유…“미생물 적응 훈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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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가 어린이집 등 보육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와 장염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래 아기들 사이에서 미생물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 됐으며, 이 전파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특히 어린이집 생활 4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같은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 전체 장내 미생물 종의 15~20%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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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형제로부터 전파 영향 커

어린 아이가 어린이집 등 보육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와 장염을 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에 일찍 보낼수록 아이가 더 자주, 더 쉽게 아프게 된다며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실제로 어린이집은 아이를 아프게 만드는 공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어린이집이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이 집단 환경에 적응하면서 면역 체계가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이탈리아 연구진의 연구를 인용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영아들은 또래와의 접촉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구성이 빠르게 변화하며, 이는 면역 체계의 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탈리아 트렌토 지역의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기 시작한 생후 약 10개월 전후의 영아 43명을 대상으로, 1년간 장내 미생물군(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추적 분석했다. 장내 미생물은 면역 반응 조절과 염증 억제, 대사 기능 등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래 아기들 사이에서 미생물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 됐으며, 이 전파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특히 어린이집 생활 4개월이 지난 시점에는 같은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이 전체 장내 미생물 종의 15~20%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가 출생 이후 그 시점까지 가족으로부터 얻은 미생물의 비중보다도 높은 수치다. 연구를 이끈 니콜라 세가타 트렌토대 교수는 “이 시기의 아이 장은 외부 미생물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개방적인 상태”라며 “또래와의 접촉이 마이크로바이옴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은 면역계의 ‘학습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면역계는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미생물 가운데 제거해야 할 대상과 공존해야 할 대상을 구분하는 법을 익힌다. 이 과정에서 면역 반응의 강도와 속도도 함께 조절된다. 어린이집은 아이에게 이런 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집단 환경이다. 감기나 장염 같은 비교적 가벼운 감염이 잦아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구팀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또 다른 특징도 발견했다. 이들은 부모보다 형제자매로부터 더 많은 미생물을 전파받았고 장내 미생물의 전체 다양성도 대체로 더 높았다. 반면 어린이집 또래로부터 새롭게 유입되는 균주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이미 가정 내에서 충분한 미생물 경험을 쌓은 아이일수록 새로운 집단 환경에 따른 충격이 덜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모든 미생물 전파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면역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영아기에 병원성 세균이나 항생제 내성균까지 함께 전파될 경우, 잦은 장염이나 항생제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장내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연구진은 중요한 것은 노출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감염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피하면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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