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의혹 틀린 그림 찾기…엇갈린 진술 비교해보니

최혜림 2026. 1.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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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공개된 녹취 하나가 정치권을 흔들었습니다.

녹취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경 서울시의원이 강선우 무소속 의원 측에 1억 원을 건넸고, 이후에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른바 '공천헌금' 의혹으로 불리며 여전히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이 사건.

의혹의 핵심 인물은 강선우 의원과 강 의원의 전 보좌관 남 모 씨, 그리고 김경 서울시의원 입니다.

세 사람의 진술은 완전히 엇갈리기도 하고, 들어맞는 듯하면서 묘하게 엇갈리는 지점도 있습니다.

마치 틀린그림찾기처럼 조금씩 다른 세 사람의 경찰 진술과 입장을 비교해봤습니다.

■ 녹취로 시작된 '1억 원 공천 헌금'…강선우 "공천 약속하고 돈 받은 적 없다" 해명

'1억 원 공천 헌금'의 시작은 지난해 말 공개된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대화 녹취였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21일, 강선우 위원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을 찾아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강 의원은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남 모 보좌관이 돈을 보관하고 있다며, 김병기 의원에게 해결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김병기 의원은 "꼭 돈을 돌려주라"며 "컷오프는 유지해야 된다"고 조언했지만, 결국 김 시의원은 공천을 받아 당선됐습니다.

녹취가 공개되자 강 의원은 SNS에 "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명에도 남 전 보좌관과 김 시의원, 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돼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18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김경 서울시의원 (출처:연합뉴스)


■ 첫 조사부터 난항…김경·전 보좌관 3차례 조사 뒤 강선우 21시간 조사

경찰은 지난 6일 남 전 보좌관을 소환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관계자 압수수색과 김경 시의원 조사까지는 그 이후로 닷새가 걸렸습니다.

주요 피의자인 김경 시의원이 미국 CES 참석을 위해 출국해, 경찰이 조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디게 진행됐던 경찰 수사는 김 시의원이 한국에 돌아오고나서야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김 시의원의 입국일에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입국 직후부터 약 세 시간 반 동안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김 시의원과 남 전 보좌관을 각각 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20일 강선우 의원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21시간 가량 이어진 밤샘 조사였습니다.

■ 첫 만남부터 '공천헌금 만남'까지 다른 진술…남 전 보좌관VS김경


'1억 원'의 돈이 강 의원과 김 시의원 사이에 오고 갔다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인정하는 부분.

하지만, 왜 이 돈을 주게 됐는지, 어떻게 주고 받았는지, '대가성'은 있었는지 등 자세하게 진술을 파고 들어가다보면 당사자간 부딪치는 부분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김경 시의원과 남 전 보좌관의 '공천헌금'에 대한 진술은 첫 만남에 대한 기억부터 엇갈립니다.

남 전 보좌관은 김경 시의원을 만난 게 ' 2021년 12월'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김 시의원은 " 2021년 11월 계약한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을 소개해 준 것이 남 전 보좌관"이라며 그전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맞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남 전 보좌관이 '강선우 의원의 상황이 많이 어렵다'며 공천헌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강선우 의원을 만나자고 제안한 쪽도, 남 전 보좌관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남 전 보좌관은 " 부동산 매물을 소개해 준 적도, 돈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며 엇갈린 진술을 했고, 경찰은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걸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까지 불러 조사했습니다.

■ 돈의 정체는 언제부터 알았나…강선우VS전 보좌관


강선우 의원과 남 전 보좌관의 기억은 '공천헌금'이 오간 시점부터 다릅니다.

강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남 전 보좌관이 '시의원으로 출마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며 자리를 만들었다"고 진술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강 의원은 또 세 사람이 2022년 1월 하얏트호텔에서 만났고, 김 시의원이 쇼핑백을 건네자 " 우리 보좌관 주세요"하며 넘겼다고도 진술했습니다.

반면 남 전 보좌관은 경찰에 출석해 ' 당시같이 있지 않아 돈이 오간 줄 몰랐다'고 진술하며 반박했습니다.

강선우 의원의 지시로 차에 물건을 실었고, 그 안에 든 것이 돈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였습니다.

강 의원 측은 남 전 보좌관이 서울 강서구의 강 의원 자택에 쇼핑백을 보관했다고 주장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 돌려주는 과정 두고 입장 차…강선우VS김경


김경 시의원과 강선우 의원 모두 경찰 조사에서 1억 원의 돈이 오갔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 돈을 돌려주게 된 과정'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강선우 의원은 2022년 4월 20일 제10차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여성 청년으로 멋지게 선거를 치러보겠다'고 발언합니다.

그러자 김경 시의원이 자신이 이 공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 항의성' 전화를 하면서 쇼핑백 속 1억 원의 존재를 알았다는 게 강 의원 측 주장입니다.

앞서 김 시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직후 "공천을 대가로 그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강 의원 측에선 '김 시의원이 공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자 항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겁니다.

또 강 의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 여러 차례 돈을 돌려주려고 시도했지만, 김경 시의원이 자리를 피하거나 단둘이 만나는 것을 피해 돌려주기까지 5개월이 걸렸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2022년 9월 포시즌스호텔 일식당에서 만났는데, 김 시의원은 반환을 두고 '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갑자기 돌려줘 의아했다'는 취지로 진술합니다.

반면 강선우 의원은 " 지하 주차장에서 직접 쇼핑백을 차에 실어줬다"며 "김 시의원이 '돈을 돌려받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말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강선우 의원 (출처:연합뉴스)


■ 경찰의 '틀린 진술 찾기'…남은 수사는?

경찰은 그제(23일) 남 전 보좌관을 불러 13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이 4차 조사였는데, 경찰은 세 사람의 진술에서 엇갈리는 부분을 비교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김경 시의원과 남 전 보좌관의 3차 조사에서 경찰은 대질 신문을 진행하려 했지만, 김 시의원 측의 거부로 불발됐습니다.

경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강선우 의원을 한 차례 더 소환조사 할 것으로 보여, 세 사람의 대질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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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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