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妻 모른다’던 계엄…법원 “친위쿠데타, 독재로 이어져”[안현덕의 LawStory]
역사적 ‘쿠데타→독재→국민 기본권 침해→사회 혼란’
내란 가담자가 아닌 국민의 용기·힘 등에 따라 종결돼
尹, ‘비상계엄 선포 상황’…한덕수 국무회의 소집 건의
이상민 장관 만나선 2~3차례 손날로 내리치는 동작도

재판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판단했다. 특히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에 의한 내란이라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위험성을 비교할 수 없다고 봤다. 역사적으로 친위 쿠데타가 독재 권력을 형성하는 등 위험 정도가 크다는 취지다.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또 그날의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봤다.
25일 한 전 총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12·12 군사 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무력 진압을 주도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내란보다 위험성이 컸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계몽·경고성 계엄’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부분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내란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또 역사적으로 ‘친위 쿠데타→독재→국민의 기본권 침해→사회적 혼란’의 악순환을 거듭한 부분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이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세계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친위 쿠데타’는 많은 경우 성공해 권력자는 독재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같은 기본권은 본질적으로 침해됐고, 국가의 경제와 외교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독재자의 권력이 약해지는 시기가 되면 내전과 같은 전쟁이나 정치 투쟁으로 국가와 사회 전반이 회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종료됐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내란 행위를 종료시킨 게 △국민의 용기와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의 노력 △위법 지시·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내란 가담자들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 피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혹시라도 내란이 성공한다면 국민적 합의로 성립한 헌법 질서가 폭력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며 “내란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내란 행위 가담자를 무겁게 처벌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총 348쪽 분량의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판결문에서 과거와 현재의 내란이 어떤 차이가 있고 또 중형을 선고해야 하는 사유를 조목조목 담았다. 또 ‘12·3 비상계엄, 그날의 현장 모습’도 ‘분’ 단위로 촘촘히 담았다.
폐쇄(CC)TV 상 한 총리가 대통령실에 도착한 건 12월 3일 오후 8시 40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5분 뒤 한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탄핵을 계속하고, 예산을 삭각해 국정 운영이 어렵다.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하는 상황’이란 취지로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시)국가신인도가 하락하고,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말했지만, 윤 대통령은 ‘내가 책임지고 국가를 구해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이 재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한 총리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선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따라 국무회의 소집을 위한 연락이 이뤄졌다. 또 ‘국무회의 의사정족수가 11명이고, 현 상황에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선 추가로 4명이 필요하니 넉넉하게 6명을 부르자’, ‘서울에 가까이 있어 오후 10시 전에 대통령실로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부르자’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오후 8시 56분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이 ‘70여 년간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만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니 재고해 달라’는 만류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종북 좌파을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 것도 안된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미 동행 등 대외 관계와 외교 정책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고, 그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원래 국무위원들도 안 부르고 그냥 선포하려고 하다가 부른 것이다. 내 처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오후 9시 26분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야기하면서 오른 손날을 세워 2~3 차례 내려치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이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10시 16분까지 국무위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국무회의를 위한 정족수가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22분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5분 뒤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0시 42분께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장관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오른손으로 ‘전화하라’는 동작을 연이어 취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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